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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 전설이 레전드가 돼 돌아왔다

배향훈 기자

기사등록 2020-04-15 12:38:04 (수정 2020-04-14 20: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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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파이널판타지 팬들끼리 우스개소리로 하는 소리가 있었다. '혹여 스퀘어에닉스가 큰 실수를 해서 망하기 직전 수준까지 위험한 날이 온다면 최후의 카드로 나올게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가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파이널판타지7이라는 타이틀이 가진 상징성을 뜻하는 가장 완벽한 말이 아닐까 싶다.

파이널판타지7은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97년, 스퀘어(현 스퀘어에닉스)가 지금까지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굳건한 파트너였던 닌텐도를 떠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으로 넘어가 개발한 게임이다. 스퀘어는 플랫폼 이주라는 창사 이래 최대의 도박을 했고, 그 절박함만큼 최대의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파이널판타지7을 개발했다. 물론 파이널판타지라는 최고의 IP를 손에 넣은 소니의 전폭적인 지원도 뒤따랐다.

그 덕분이었을까? 파이널판타지7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게임이 됐다. 이는 단순히 많이 팔린 게임이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파이널판타지7은 게임계가 2D에서 3D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혜성처럼 나타나 3D RPG가 가야할 길을 제시한 게임이었고, 스퀘어가... 그리고 'JRPG (일본식 RPG)'가 글로벌로 뻗어나가게 된 계기가 된 게임이었고, 향후 일본에서 제작된 RPG 게임에 직간접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준 게임이기도 했다.

스퀘어에닉스가 망하는 날이 온 것은 아니지만 결국 파이널판타지7은 리메이크를 발표했고, 5년이라는 긴 담금질 끝에 팬들에게 공개됐다. 원작으로부터 무려 23년, 리메이크 발표로부터도 5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서 돌아온 명작은 과연 어떤 게임이 돼 찾아왔을까?


이랬던 녀석이~


이렇~게 변했습니다

◆ 스토리를 어디까지 확장하려고? 걱정되지만 즐겁다.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는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프리퀄과 시퀄 콘텐츠들이 더해졌다. 당연히 원작보다 훨씬 넓어진 세계관을 가지게 됐고, 스퀘어에닉스는 이 점을 감안해 리메이크된 파이널판타지7은 분할 판매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해왔었다.

그렇게 발매된 파트1은 클라우드 일행이 미드가르를 탈출하는 부분까지 진행된다. 원작 기준으로 약 25%~30%를 지나가는 부분이다. 이 점 때문에 출시 전부터 플레이 타임에 대한 우려가 많았는데 이 부분은 기우라고 봐도 될 정도다. 이벤트를 포함해 첫 플레이 타임은 대략 30시간 정도. 클리어 이후 하드 난이도가 생긴다는 점과 마테리아와 무기 성장 등 엔드 콘텐츠까지 준비돼 있기에 제법 긴 기간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스토리는 원작의 큰 틀을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많은 부분을 추가해 볼륨감을 더했다. 가장 큰 예로 원작에서 극초반 '아발란치'가 조직이라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잠깐 등장하는 수준이었던 제시, 빅스, 웨지 3인조 스토리가 대폭 추가돼 각 캐릭터가 입체감 있게 변경됐다. 특히 챕터4에서 제시가 부모님의 집을 찾는 애피소드는 원작에는 없던 이벤트. 그럼에도 원작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서브 캐릭터들의 존재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그 외에도 각 지역 슬럼 지역에 서브 퀘스트가 추가돼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게이머는 클라우드를 통해 슬럼가의 해결사로 활동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의뢰를 해결해줄 수 있다. 이를 통해 보상을 얻는 동시에 파이널판타지7의 세계관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한 것.

단, 서브 퀘스트가 대체로 '어디에서 뭘 잡아와라' 수준의 단순 몬스터 사냥이 대부분인데다가 다소 귀찮을 정도로 동선이 정리되지 않은 편이라 메인 스토리와 비교했을 때 완성도와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는 '이정도로 스토리를 확장하면 대체 몇 편이나 분할로 나오려는거지?'라는 걱정이 생길 정도다. 파트1의 분량을 감안했을 때 최소 3편 이상으로 나올 것이 거의 확정된 상황. 그 말은 완전한 엔딩까지는 최소 2~3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챕터4. 제시와 함께하는 심야 드라이브는 원작에 없던 이벤트 


이런 정신나간 녀석도 나와주는 것이 파이널판타지7의 재미

◆ 주목받을 곳은 확실하게, 아닌 곳은 느슨하게. 

당연한 얘기일 것이다. 23년 지난 게임에 그래픽이 안좋아질 순 없지 않겠는가? 그런 면에서 그래픽은 현세대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정도 수준이냐로 판단했다.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의 첫인상은 놀랍다. 게임을 시작하면 에어리스를 비추던 화면이 점점 멀어지며 미드가르 전체를 비추고 다시 클라우드가 탄 기차로 집중되는 원작과 동일한 오프닝이 전개된다. 원작을 플레이해봤던 게이머들이라면 전율이 올라올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클라우드, 티파, 바레트, 에어리스 4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제시, 빅스, 웨지 등의 주조연급 캐릭터, 그 외 주연급 적 캐릭터들의 그래픽을 살펴보면 현 시점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최상급 그래픽을 자랑한다. 옷 주름, 갑옷의 파손 흔적, 머리카락의 표현같은 세밀한 부분까지 표현한 것을 보고 있노라면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주요 캐릭터 모델링은 흠잡을 것이 없는 수준

그럼에도 그래픽 부분에 만점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마을 사람처럼 중요도가 떨어지는 캐릭터와 일부 배경 등에서 차이를 확 느낄 수 있는 수준까지 그래픽 수준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작 중 중요 장소 중 하나인 '세븐즈 헤븐'의 경우 주인공 그룹 '아발란치'의 본거지인데도 벽 텍스처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뭉개져서 표현돼 있다.

배경인데 뭐 어때? 정도로 생각하기에는 위화감이 상당히 강하다는게 문제. 마치 좋은 사람들과 큰 마음을 먹고 찾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에피타이저와 메인 요리까지 맛있게 즐겼는데 디저트로 붕어빵이 나온 것 같은 느낌. '오늘 식사 정말 좋았는데 디저트가 너무 아쉽네' 라는 생각이 자꾸 들게 만드는 그런 수준이다.

이는 게임이 나온 시기와 분할 판매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더 상위 기종인 플레이스테이션5로 발매가 확실한 게임이다보니 성능이 낮은 플레이스테이션4으로는 강조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 표현함으로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사정은 이해하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 없나보다. 기자는 그래픽에 대한 얘기를 할 때마다 머릿속 한 구석에 세븐즈 헤븐의 술병과 핀볼 머신 텍스처가 떠오른다. 옥이 크고 반짝일 수록 작은 티가 더욱 아쉽게 다가오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때때로 티파의 미모보다 핀볼 머신의 텍스처가 눈의 더 들어올 때가 있다

개인적인 의견에 의해 아쉬움을 표출했지만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의 그래픽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아주 훌륭한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몇몇 부분을 빼면 강조해야 할 부분은 확실하게 고해상도로 내보내고 있고, 이벤트에 따른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아주 자연스럽다. 심지어 캐릭터들이 말할 때 대사에 따른 입술의 움직임까지 싱크를 정확히 맞춘 것을 감안한다면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히로인 누님들을 보라!

◆ 시대에 맞춘 전투와 성장 시스템 

원작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고유의 ATB(Active Time Battle)배틀은 리메이크를 통해 액션성을 대폭 추가했다. 모든 캐릭터는 전투 시 □ 버튼으로 자유롭게 공격하고, X 버튼으로 자유롭게 회피할 수 있다. 공격과 방어에 성공하면 ATB 게이지가 채워지고 이를 이용해 각종 어빌리티, 마법, 아이템을 쓸 수 있다. 전투를 진행해보면 RPG게임보다 액션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하다.

캐릭터 간 개성도 뚜렷해졌다. 원작은 마테리아 시스템 덕분에 초기 스탯과 리미트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누구를 사용해도 동일한 성능을 보장받았던 게임이었는데 리메이크를 통해 클라우드는 강력한 근접 전투, 바레트는 원거리 전투, 티파는 빠른 공격속도와 풍부한 마테리아 슬롯, 에어리스는 회복을 포함한 강한 마법공격력 으로 특징이 정확하게 나뉜다. 

마테리아 시스템이 원작과 동일하게 적용돼 있어 마법과 어빌리티의 대부분을 원하는 캐릭터에게 주는 것이 가능하다. 장비와 액세서리까지 동원하면 원래 캐릭터의 특성을 어느정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들어 클라우드에게 마법 공격 위주의 장비를 채우고, 마력 관련 마테리아까지 장착하면 제법 높은 마법 공격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러면 물리 공격력은 낮지만 마법과 물리 공격 모두 준수한 성능을 가진 마법 검사 타입의 캐릭터가 완성되는 셈이다.


마테리아와 무기 성장 시스템으로 캐릭터의 성장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조작은 난이도에 따라 클래식, 이지, 노멀, 하드 4가지가 준비돼 있다. 이 중 하드 난이도는 노멀 난이로 엔딩을 봤을 때 열리므로 처음에는 3개만 고를 수 있는 셈. 난이도를 4개나 준비한 것은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 전투로 인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자신의 콘트롤 능력에 따라 적절한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예를들어 클래식 모드로 플레이하면 기본 전투는 자동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어빌리티나 마법같은 커맨드만 입력해주면 된다. 난이도도 이지 기준으로 맞춰져 있어 원작처럼 복잡한 조작없이 플레이하길 원하는 게이머에게 적합하다. 

반대로 노멀 모드는 전투와 회피, 커맨드 입력까지 모든 조작을 직접 플레이해줘야 한다. 초반에는 그럭저럭 플레이할만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후반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적의 특성을 이해하고 상성에 맞는 캐릭터를 바꿔가면서 바쁘게 조작해주지 않으면 전멸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파이널판타지7이 23년만에 부활한 작품인만큼 게이머의 연령대는 다양해졌고, 그에 따른 조작 능력도 천차만별이 됐다. 그 점을 감안했을 때 자신에게 맞는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은 아주 적절한 선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난이도는 게임 중간에 옵션을 통해 언제든 변경할 수 있으니 지나치게 쉽거나 어렵다면 바로 조절할 수 있다.


기자처럼 머리는 페이커지만 손이 따라가지 않는 중년 아재를 위한 다양한 난이도

◆ 단점은 있어... 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

먼저 강조하고 싶은건 이 리뷰를 쓰고 있는 기자는 파이널판타지7 원작을 1997년 당시 플레이했었던 게이머다. 그리고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10탄 다음으로, 두 번째로 좋아하는 광 팬이기도 하다. 그런 팬의 입장에서 본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는 그냥 스퀘어에닉스가 던져 준 큰 선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간단히 말해서 콩깍지가 씌인 상태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위에도 써놨듯 기자의 눈이 콩깍지가 씌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결코 부정할 수 없는, 그 누가 봐도 명확하고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는 단점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보다 입체적으로 변한 캐릭터들과 그로 인해 더 몰입감이 높아진 스토리, 현대적인 느낌을 잘 살렸음에도 원작 느낌을 해치지 않은 전투 시스템, 신규 유저와 팬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는 다양한 난이도 시스템 등 단점이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는 재미를 제공한다.


잊을만하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 분

분할 판매의 아쉬움은 더 큰 게임으로 나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저해상도 텍스처는 실사 수준으로 살아난 주인공 캐릭터들의 디테일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다소 밋밋한 서브 퀘스트는 세계관 확장과 플레이 타임을 늘려주는 콘텐츠 정도로 인식할 정도다.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를 한마디로 '장점이 단점따위는 가볍게 덮어버리는 게임'이라 표현하고 싶다. 그렇기에 기자는 '게이머라면 남녀노소, FF7 팬, 신규 게이머를 막론하고 꼭 플레이해보시라'라고 추천한다.


여러모로 팬 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임이다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 [gamechosun.co.kr]

배향훈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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