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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모바일 레드오션에서 떠난다, 스팀 통해 PC게임으로 선회하는 국내 게임사들

이시영 기자

기사등록 2020-02-25 21:53:23 (수정 2020-02-25 20: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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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시장 역량 집중', 현재 국내 게임사들이 하나같이 취하고 있는 태도다. 덕분에 모바일 게임은 하루가 멀다하고 신작이 발빠르게 출시되고 있다. 반면에 PC와 콘솔 쪽은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편으로, 모바일 게임 개발에 치중돼 있다. 이는 크고 작은 게임사 모두에 해당하는 하나의 흐름, 아니 거대한 흐름이다.

이와같이 국내 게임사가 모바일 게임에 역량을 집중하게 된 것에는 크고 작은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 우선 게임이라는 문화의 보급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사회 생활 속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 주류가 된 것. 누구나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기에 게임, 더 나아가 모바일 게임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것도 있겠다.

게임업체의 입장에서는 PC 및 콘솔 플랫폼 게임 작품보다 개발 기간이 짧고, 개발 비용도 적으며,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수익을 높일 수 있기에 모바일 플랫폼 게임에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다. 또, PC 플랫폼의 게임, 대표적으로 온라인 게임이 점차 성공을 보장받지 못하자, 모바일 게임으로 진로를 선회한 이유도 있다.

그리고 이제는 모바일 게임 시장도 레드오션화 되고 있는 추세다. 물론 과거 PC 온라인 게임 시장의 포화 상태일 때보다는 훨씬 유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매출 순위 상위권의 몇몇 게임 작품은 요지부동이다. 모바일 게임의 수명이 짧다고는 하지만 작품들의 출시 주기가 짧은 만큼 높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장담하거나 예측할 수 없다.

이에, 몇몇 게임 전문 퍼블리싱 업체와 게임 개발사는 다시금 PC 게임 플랫폼, 즉 패키지 게임 또는 PC 온라인 게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인 '스팀(Steam)'을 중심으로 해서 말이다. 과거에는 중형 또는 대형 게임사가 스팀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소규모 스튜디오와 인디 게임 개발자가 자신의 독창적인 게임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스팀 최고 인기 제품 혹은 인기 신제품 등에서 국내 게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하지만 최근 몇몇 게임사는 터닝 포인트 또는 새로운 출발점, 그리고 주력 시장으로써 스팀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스팀을 선택한다.

일례로, '크래프톤(前 블루홀)'은 PC MMORPG '테라'를 통해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으나, 모바일 게임 시장 도전에서는 유의미한 성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크래프톤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의 실패를 딛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서바이벌 슈팅 장르의 PC 온라인 게임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다. 게임 내 모드로만 존재했던 배틀로얄, 그리고 미완성형의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을 집대성했고, 게이머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데에 성공했다.

배틀그라운드는 배틀로얄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으며, 매번 업데이트 때마다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또, e스포츠를 대표하는 종목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이어서 크래프톤은 인기 인디 게임 '다키스트 던전'에서 영감을 받아서 로그라이크 '미스트오버'를 개발했고, 스팀의 최고 인기 제품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스팀 플랫폼으로 눈길을 돌린 게임사는 크래프톤 뿐만이 아니다. 과거 큰 기대를 모았으나 끝내 국내 출시에 실패한 '블루사이드'의 '킹덤언더파이어2'는 스팀을 통해서 1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도 정식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전세계의 게이머가 '대체로 긍정적(Mostly Positive)'인 평가를 내리면서 칠전팔기 끝에 성공을 거뒀다. 해외에서 서비스 론칭과 종료를 반복했지만 결국에는 스팀 출시로 웃을 수 있게 된 것.

비록 정식 한글화가 아니라서(설치 폴더 내 메모장을 수정할 경우 한글화로 변경 가능) 국내에 정식으로 선보였다고 볼 수는 없으나, 10여 년 넘게 킹덤언더파이어2를 기다려온 국내 게이머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고, 더 나아가 해외 게이머에게도 인정받으면서 게임사로써는 값진 보상, 국내 게이머에게는 헛되지 않은 기다림이 됐다. 

2018년 12월 공개 시범 테스트를 진행하고, 그 다음 해인 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출시 1여 년만에 서비스 종료를 발표한 '스튜디오8'의 PC MMORPG '아스텔리아'도 스팀을 통해 훈풍을 타는 중. 스팀을 통해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함과 더불어 실패를 딛고 점차 유저층을 두텁게 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과금이 매우 착해졌다는 것. 덕분에 국내 게이머도 다시금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또, 스팀에서는 '대체로 긍정적(Mostly Positive)'인 평가를 받으면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정통 액션 RPG를 계승하는 기대작 중 하나였지만 국내에서는 '로스트아크'에 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아스텔리아. 그 한(恨)을 스팀을 통해서 풀고 있는 중이다.

'네오위즈'의 경우는 앞서 설명한 게임사와 달리,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스팀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바로 국내 인디 게임 개발사의 작품을 발굴해 퍼블리싱하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서 자체 개발한 작품보다는 퍼블리셔로써의 역량을 십분발휘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대표적인 유통 작품으로는 국산 인디 게임 '스컬:더 히어로 슬레이어'와 '메탈유닛'이 있다. 두 작품 모두 올해 2월부터 스팀에서 얼리억세스(앞서 해보기)에 돌입했고, 게이머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있다. 특히 '사우스포' 개발사의 스컬의 경우는 높은 퀄리티의 픽셀 아트 그래픽과 그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 BGM, 다양한 스타일의 전투 등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으며 '매우 긍정적(Very Positive)'이라는 평가 결과를 이끌어냈다.

메탈유닛의 경우도 다양한 무기와 스킬을 활용한 전투, 직관적인 UI, 몰입도를 높여주는 사운드 등으로 '대체로 긍정적(Mostly Positive)'의 평가선에 있다.

물론 네오위즈가 국산 인디 게임의 스팀 퍼블리싱 전략만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네오위즈가 자체 개발을 통해 10년만에 등장하는 PC판 '디제이맥스' 시리즈가 스팀을 통해 얼리억세스를 시작했다. 네오위즈는 디제이맥스 시리즈를 통해서 과거부터 꾸준히 PC와 콘솔 플랫폼에 도전장을 내밀어왔으며 그 중에서도 이번에 선보이는 '디제이맥스 리스펙트V'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산 리듬 게임계 명작 시리즈, 디제이맥스 리스펙트V는 현재 스팀에서 '매우 긍정적(Very Positive)' 평가를 받고 있다.

다소 마니악한 비주얼 노벨 장르로 스팀 플랫폼에 이름을 날린 게임 개발사도 주목할만하다. '테일즈샵'은 '산타는 교복을 있을 수 밖에 없어' 작품을 시작으로 꾸준히 스팀 플랫폼에 도전장을 내밀어왔으며 '기적의 분식집'이라는 작품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또, '썸썸편의점'을 올 1월에 출시했으며 타겟 유저층의 니즈를 정확히 공략하면서 미연시계의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해당 작품을 플레이한 게이머는 누구할 것 없이 호평을 남겼으며, 압도적 긍정적(Overwhelmingly Positive)'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국내 게임사가 모바일 플랫폼의 틀을 벗어나 새롭게 개척하고 있는 PC 플랫폼 '스팀', 그들이 스팀을 선택한 까닭은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마케팅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게임 작품 자체의 퀄리티와 완성도, 개성을 가지고 있다면 세계 각국 게이머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으며, 홍보성 리뷰와 멘트보다는 그들의 실제 플레이 경험담으로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스팀은 글로벌 게임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으며, 몇몇 게임 타이틀을 통해 증명했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 해외의 퍼블리셔를 물색해야할 필요도, 그리고 과장해서 게임을 홍보할 필요도 없다. 게임 본질 그 자체를 게이머에게 진솔하게 보여줄 수 있음과 더불어 피드백에 있어서도 중간 과정없이, 여과없이 수용 가능하다.

또, 양산형 MMORPG와 캐릭터 수집형 RPG, 방치형 게임 등에 편중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과 달리 스팀은 전세계 게이머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임에 따라 유행 장르의 제약을 받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도 게임사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게이머의 입장에서의 스팀은, 패키지 게임 형식으로 제공되고 일정 금액만 투자한다면 무리없이 즐길 수 있기에 라이트하게, 그리고 좀 더 게임 본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환경으로 인식된다. 게임사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장르의,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장르를 골라서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위에서 소개한 국내 게임 개발사와 게임 퍼블리셔, 그리고 여러 국산 게임 작품은 이미 스팀 플랫폼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모바일 플랫폼에 편중된 국내 게임 시장에 작지만 효과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국산 게임의 질(質)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코 정형화된 형태와 장르, 흐름을 따라가서는 안된다.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에 대한 도전과 각국 게이머의 진정성있는 의견 속에서 한단계 성숙한, 그리고 진화한 게임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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