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신논현 넥슨 아레나에서 '2019 리그오브레전드 케스파컵 울산'(이하 케스파컵)'의 개막전 경기가 진행됐다.

케스파컵은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의 서킷포인트 대회가 열리지 않는 겨울에 진행되는 단기 토너먼트 대회로 챔피언스 코리아 참가팀 외에도 챌린저스 코리아,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에서 상위 성적을 거둔 지역 팀이 참가할 수 있다.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이후 스토브리그를 거쳐 교체된 선수진을 검증할 수 있는 첫 대회라서 비시즌 경기임에도 주목도가 굉장히 높다는 것이 특징으로 16강부터 8강까지는 넥슨 아레나에서 3판 2선승제로 경기를 진행하고 4강 이후부터는 울산 KBS홀에서 5판 3선승제로 승부를 가리게 된다.

중계에는 '단군' 김의중 캐스터와 이현우, 고인규 해설위원 조합이 나서며 게임 버전은 9.24로 리워크된 다이애나와 신규 챔피언 아펠리오스가 글로벌 밴 처리된다.

■ 1경기 아프리카 프릭스 vs 락헤드 플레이어

아프리카 프릭스(이하 AF)는 리빌딩으로 인해 팀의 컬러가 상당히 바뀌었지만 일단 기인(김기인 선수)에게는 라인전과 스플릿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아트록스를 쥐어주고 다른 라인에는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강한 범용성 높은 조합을 구성했다.

상대팀인 락헤드 플레이어(이하 RHD)의 정글러 브로콜리(김윤재 선수)가 탱커 정글러에 특화되어 있는 선수였다는 점을 겨냥하여 AF측에서는 밴으로 이를 틀어막았는데 RHD가 1티어 정글러인 정복자 올라프를 선픽하자 이를 상대로 전투력이 크게 밀리지 않으며 오히려 갱킹과 오브젝트 컨트롤이 강한 리 신을 후픽으로 가져가면서 AF는 시종일관 게임을 리드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1세트는 아프리카 특유의 승리공식이 잘 드러난 경기였는데 선수진이 바뀌었지만 탑은 늘 그렇듯 상대방의 존재감을 지웠고 바텀 듀오는 거세게 상대를 몰아붙여 오브젝트 사냥을 위한 주도권을 가져왔으며 미드에서는 적당히 백중세를 유지하며 합류전을 최대한 억제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2018년 하반기부터 마이너한 픽과 조합을 구사하며 주전경쟁에서 밀렸던 스피릿(이다윤 선수)이 오랜만에 주전 정글러로 출전한 것이 특이한 부분이었는데 삼성 갤럭시 시절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리 신으로 퍼스트 블러드를 챙겨오거나 수성 중에 선을 넘은 이안(안준형 선수)의 라이즈를 배달하여 암살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AF측에서 정글러를 드레드(이진혁 선수)로 교체했으며 밴픽 구도는 1세트와 비슷하게 상대 정글러인 브로콜리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탑티어 서포터인 노블레쓰에게 무난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바텀 조합을 구성하여 라인전을 강하게 가려는 의도가 보였다.

그래도 RHD가 지난 경기처럼 역버프로 경기를 시작하는 AF의 의도를 간파하고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골드 카드를 앞세워 인베이드에 성공했으나 RHD가 일방적으로 이득을 본 것은 해당 장면이 끝이었다.

호기롭게 라인을 밀어넣는 구도와 달리 탑에서는 기인이 역으로 CS를 앞서 있었고 극초반 5인 다이브 설계에 실패하면서 탑, 미드의 CS가 타버리는 동안 별다른 소득을 챙기지 못했으며 오히려 미스틱(진성준 선수)를 끊기 위해 걸었던 바텀 2:2 교전이 드레드의 빠른 합류 때문에 역으로 손해만 보는 장면이 반복됐다.

RHD가 화약통 폭발-골드 카드- 사형 선고의 하드 CC 연계로 중간중간 AF의 스플릿 시도를 저지하며 간담을 서늘하게는 했지만 간헐적으로 1킬씩만 적립하는 정도였고 오히려 그 와중에 기인의 블라디미르가 2:1로 한명을 데려가거나 플라이(송용준 선수)의 오리아나가 기가 막히게 살아 나가면서 결국 한타 페이즈에서 완전히 게임이 터지고 만다.

■ 2경기 브리온 블레이드 vs 에이피케이 프린스

챔피언스 코리아 승격에서 성공한 에이피케이 프린스(이하 APK)가 새로 영입한 원거리 딜러 하이브리드(이우진 선수)에게 베인을 쥐어주며 탑으로 올려 보내는 강수를 두고 익수(전익수 선수)가 베이가를 들고 바텀에 비원딜로 세우는 기묘한 책략을 구사한다. 

그러나 하이브리드는 조심성 없게 라인전을 수행하면서 연달아 갱킹을 당하며 안티 캐리 역할을 수행할 힘을 잃었고 APK의 바텀 조합은 강하게 라인전을 밀어붙이지 못하는지라 일찌감치 미닛(양현민 선수)의 브라움이 전 라인을 돌아다니며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후반에 캐리력이 집중된 APK의 챔피언들은 성장이 끝나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했는데 브리온 블레이드(이하 BRB)가 장거리 전투 개시가 가능한 지인(권지인 선수)의 신드라를 앞세워 파죽지세로 APK의 방어선을 돌파하며 경기를 빠르게 끝내버리고 만다.  

BRB에서 정글러와 원거리 딜러 선수를 각각 크로코(김동범), 할로우(신용진)으로 교체한 가운데 APK는 조합 시너지는 고려하지 않고 챔피언스 승강전에서 상대팀을 모조리 박살낸 일라오이를 비롯하여 각 선수진의 시그니쳐 픽을 쥐어주는 식으로 극단적인 수를 쓴다.

와이저(최의석 선수)가 플레이하는 아트록스가 최대한 익수의 일라오이를 잘 억제하고 있는 사이에 BRB는 오브젝트를 알뜰하게 잘 챙겨갔으나 이전 경기와는 달리 전투 개시의 주도권이 있어도 조금만 실수하면 일라오이의 촉수 중심부로 빨려 들어가 진영이 초토화될 위험이 있었기에 다소 소극적인 액션만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서 여신의 눈물 빌드를 타던 APK의 딜러진들이 4코어까지 뽑아냈고 오히려 부패의 사슬이나 영혼의 시험을 활용하여 원거리 전투 개시가 가능해지면서 협곡을 서서히 장악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선진입이 전제되는 리 신과 라칸은 렉사이가 존재만으로 억제력이 됐기 때문에 중반 이후로 BRB는 APK에게 내내 두들겨 맞다가 경기를 패배하게 된다.

BRB가 다시 선수를 교체하여 도일과 헤나를 엔트리에 올린다. APK가 야라가스 바텀 듀오라는 강수를 두지만 BRB는 여차해서 술통 폭발-최후의 숨결 연계를 맞더라도 수초간 야스오의 딜링을 봉쇄할 수 있는 탐 켄치와 장막으로도 막을 수 없는 화염방사와 이퀄라이저를 탑재한 럼블로 맞받아친다.

월드 챔피언십에서 보여준 도인비의 플레이에 영향을 받았는지 지인은 핵심 특성으로 포식자를 기용해서 초반부터 발빠르게 로밍을 다녔는데 초반부터 열심히 정글링에 힘쓰고 몰래 솔로 드래곤까지 성공한 도일이 6레벨을 달성하자마자 바텀 다이브를 감행하며 대격변-이퀄라이저로 APK의 바텀을 쓸어버리고 뒤늦게 커버를 온 APK의 미드와 정글마저 처치하며 게임을 완전히 폭파시키고 만다.

결국 이 바텀 교전 이후 APK는 단 한 번도 주도권을 되찾지 못하고 무력하게 경기를 내주고 만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