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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밑바닥에서 정상까지! 게임 속 그들이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간 과정은?

신호현 기자

기사등록 2019-07-28 14:31:24 (수정 2019-07-28 14: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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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청년계층에서 자주 쓰이는 '수저 계급론'은 본디 부모의 능력 여하에 따라 자식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단순한 개념이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는 모든 사람의 출발지는 다를 수 있으며 그 격차는 어지간한 노력가지고는 쉽게 뛰어 넘을 수 없다는 염세주의적인 방식으로 통용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저 계급론에서 오는 불평등을 미워하는 우리들은 줄을 세우고 층을 나누는 것를 좋아한다. 가혹하기 그지 없어 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시작점이 그 어느 누구보다도 낮았던 그 무언가가 서서히 계단을 밟아가며 마자믹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을 떄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아래의 사례에서 바로 그렇게 밑바닥에서 정상에 오른 게임 또는 게임과 관련된 요소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 e스포츠 방면에서

 
월드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든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지며 헌정 스킨을 받기도 전에 팀이 사라졌다

2014년, 월드 챔피언이었던 SKT를 1년만에 끌어내린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팀 '삼성 갤럭시'는 정상의 자리에 오른지 불과 1개월 만에 화이트/블루 형제팀의 선수진 뿐만 아니라 감독, 코치진까지 모두 해외 각지로 흩어지며 순식간에 공중분해되는 유례없는 사태를 맞이한 바 있다.

물론 다른 팀들도 주요 선수진을 중국으로 내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시기에 주전 선수가 해외로 유출되면서 팀 전체에 타격을 입은 사례는 삼성 갤럭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규모는 다른 팀과 확연히 차이나는 수준이었다.

신생 삼성 갤럭시의 풀 로스터가 갖춰진 2016년 여름 시즌의 모습

결국 새로이 꾸려진 신생 삼성 갤럭시는 저평가 받고 있거나 검증이 되지 않은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고 1년 간은 강등권에서 허덕이게 됐다. 하지만 삼성 갤럭시는 다시 올라가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이들은 CJ 엔투스 통합팀에서 저점을 찍은 정글러 Ambition 강찬용, 북미에서 그저 그런 평가를 받고 있던 원거리 딜러 CoreJJ 조용인을 영입했고 2부 리그 팀 '스타더스트'의 원거리 딜러였던 Bung(현재 닉네임 Ruler) 박재혁을 들이는 등 꾸준히 변화를 시도했다.

새 팀을 꾸려 밑바닥에서 최고의 자리를 되찾기까지 3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결국 팀 로스터가 완성되고 팀원들의 합이 어느 정도 맞춰진 2016년 롤드컵, 삼성 갤럭시(Gen.G)는 스프링과 서머 정규 시즌의 애매한 성적과 상반되는 무시무시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승승장구한 끝에 결승전에서는 그 SKT를 패배의 문턱까지 몰아붙이는 저력을 발휘하였고 다음 해에는 끝내 월드 챔피언에 등극하며 가을의 자연재해 팀으로 불리게 됐다.

대륙의 기상이 엿보이는 야심찬 첫 출발 당시의 모습

오버워치 리그의 상하이 드래곤즈는 삼성 갤럭시보다 더한 스토리를 가진 팀이다. 오버워치 리그 출범 시즌 초기, 대부분의 팀들은 재능과 실력을 앞세운 한국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여 로스터를 꾸리고 있었지만 상하이를 거점으로 한 이들은 오직 중국 국적 선수를 중심으로 한 순혈 팀을 내세웠고 그 결과는 42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나타났다.

무지막지한 실력 때문에 무고하게 핵으로 오인받았던 오버워치 리그 최초의 여성 프로 게이머 Geguri 김세연을 포함하여 Fearless 이의석, Ado 천기현 등 뒤늦게나마 한국 선수진을 대거 영입하며 반등을 꾀했지만 세트 승은 따내도 매치 승은 도저히 따낼 수 없었고 결국 2018 시즌이 종료된 후 중국 선수들을 거의 다 내보낸 뒤 콩투 판테라의 선수들로 물갈이를 실시하며 상하이 드래곤즈는 연고지만 중국인 한국팀으로 거듭나게 된다.


2019년 오버워치 리그 스테이지 3 우승 당시의 모습, 고통의 아이콘인 감수가 행복해하는 날이 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후 고통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Gamsu 노영진과 함께 하며 상하이 드래곤즈는 2019년 들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스테이지 1에서는 그토록 바라던 1승을 신고했고 스테이지 2에서는 플레이오프가 가시권에 들어오는 8강까지 올라갔으며 스테이지 3에서는 고츠라 불리는 3탱 3힐 대세 조합을 딜러진의 화력으로 정면에서 부수며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하였다. 상하이 드래곤즈와 그 팬들은 '제발 1승'이 아닌 '오직 우승'의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이다.

■ 캐릭터 방면에서

 
어렸을 적 봤던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의 내용은 과장이 아니었다. 진짜 저런거 밖에 못하는 축생이다

포켓몬스터에서 대기만성의 대표주자라고 한다면 잉어킹을 꼽는 사람이 많다. 사실 최종 진화를 이룩하기 전 초기 모습이 뺴도박도 약체인 경우가 잉어킹 하나뿐인 것은 아니지만 잉어킹의 성능은 그 중에서도 특출나게 약해 아예 전력 외로 치고 들어가는 것이 기본이다.

잉어킹은 간단하게 설명하면 쓸 수 있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 녀석이다. 바닥 밑에도 더 한 밑바닥이 있음을 증명하는 듯 능력치 배분도 엉망, 기본 기술 배치도 엉망인데다가 기술/비전머신도 쓸 수 없다. 때문에 잉어킹을 애정으로 키우려면 잉어킹을 멱살캐리한 파티원이 강제된다.


험상 궃은 인상처럼 흉악한 성격과 능력을 보여주는 갸라도스

많은 사람들에게 부실한 성능으로 놀림받는 유일왕부스터나 치코리타 조차도 잉어킹에 비하면 양반...아니 정승판서다. 하지만 어떻게든 잘 키워서 20레벨을 넘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른 물고기가 용이 되었다는 고사 '등용문(登龍門)'처럼 바닥에서 팔딱거리기나 하던 잉어킹은 용처럼 하늘을 날고 바다를 누비는 흉악 포켓몬 갸라도스로 진화할 수 있다.

물론 당장 갸라도스로 진화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잘 써먹기 위해선 기술 재배치를 위해 인내의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과정까지 끝낸 갸라도스는 어떤 세대에서든 평균 이상의 성능을 자랑하는 메이저 카드로 쓸 수 있다.

왜 이들의 이름이 양파검사인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이와 비슷한 것이 바로 파이널 판타지 3에 등장하는 직업군 '양파검사'다 오히려 양파검사는 잉어킹에서갸라도스로 이어지는 성장곡선을 조금 더 극단적으로 비틀어놓았다. 낮은 레벨에서는 가히 시궁창에 가까운 성능을 자랑하며 파고들기 플레이를 하지 않는 일반적인 유저들이 엔딩을 보는 시점까지 일관성 있게 이 특성이 유지된다.

오히려 양파검사의 취급은 중반만 넘어가면 저열한 성능이 발각되어 대중적으로 쓰레기 이미지로 각인된는 '적마도사'보다 상태가 심각하다. 적마도사는 그나마 초반에 굉장히 쓰임새가 좋아서 나름대로 인지도도 있고 뒤틀린 애정(?)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양파검사는 그런 것도 없기 때문이다.

레벨 상승에 따른 양파 검사의 능력치 상승폭, 90레벨 이후에 주목하자

물론 어떻게든 90레벨을 넘기면 이 쪽도 이야기는 많이 달라진다. 최고 레벨인 99에 이르기까지 능력치가 미친듯한 폭등하며 전용장비까지 갖춰주면 게임은 그냥 끝났다고 봐도 될 정도다.

■ 게임 타이틀 방면에서

외수판 CD자켓에서 풍겨나오는 진한 B급 테이스트

앞선 사례에서는 게임과 관련된 소재들을 말했지만 게임 타이틀 그 자체도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정상을 차지한 사례들이 있다.

'바이오하자드'는 지금이야 캡콤을 대표하는 서바이벌 호러 게임 시리즈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시작이 그렇게 순탄치는 않았다. 애초에 개발 당시 바이오하자드의 콘셉트부터가 캡콤이 주력으로 밀고 있던 대전액션게임 위주의 노선과는 전혀 맞지 않는 모험에 가까웠다. 더군다나 캡콤은 예나 지금이나 게임을 하나 출시 하면 자잘한 수정을 거쳐 게임을 계속 우려먹는 카이젠(改善)으로 유명한 기업이었다.


바이오하자드 1편의 CM 영상, 쌈마이 그 자체다

당연히 바이오하자드의 평은 내부에서도 다소 엇갈릴 수밖에 없었고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 수도 없었다. 심지어 제작진들 조차도 성공을 희망하지 않았기에 쌈마이한 광고를 찍고 초판 발매 수량조차도 매우 적었다.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보잘 것 없는 스타팅을 끊은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찍어낸 초판을 플레이해보고 바이오하자드의 게임성에 주목한 유저들은 인터넷 통신도 활발하지 않던 그 시절에 열심히 영업질을 했고 그 결과 10만장 가량이었던 초동 판매량이 입소문만으로 100만장으로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모든 것이 불편함 투성이였던 구버전 파판 14

한편 이런 사례를 소개할 때 빠지면 섭한게 '파이널 판타지 14'다. 신생 에오르제아(A Realm Reborn)으로 재탄생하기 전의 파이널 판타지 14는 제작사인 스퀘어에닉스의 신뢰도를 뒤흔들어놓을 정도로 막장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아무런 지원 없이 맨땅에서 게임성 하나로만 기어올라 캡콤의 대표 타이틀이라는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 바이오하자드와 달리 파판 14는 스퀘어에닉스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동종 장르에서 전설로 불리는 와우(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잡겠다는 당찬 포부까지 밝혔다.

하지만 콘솔이나 패키지 위주로만 시장이 굴러가고 있던 일본의 개발자는 MMORPG의 개념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었고 이는 곧 구식 JRPG 불합리한 감성을 수많은 유저에게 강요하는 처사가 되어버렸다.


망해버린 구세계의 종말과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신생 에오르제아'의 트레일러 영상

결국 저점을 찍은 뒤에 PD를 요시다 나오키로 교체했고 그는 게임을 하나하나 뜯어고치는 것보다는 리셋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 하에 파이널 판타지의 세계를 완전히 뒤집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요시나 나오키 체제 하의 파판 14는 평작의 레벨은 한참 건너뛴 수작으로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상당히 오래걸리긴 했지만 말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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