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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류승룡 기모찌? 당신의 귀를 시험하는 게임 속 몬더그린 특집

신호현 기자

기사등록 2019-05-11 12:06:36 (수정 2019-05-11 12: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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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남아프리카어 'YIBAMBE'는 위치 사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인에겐 사람 이름처럼 들리는 개그 요소로 쓰인 바 있다

비디오 게임은 종합 예술 콘텐츠다. 일반적으로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비주얼을 가장 중시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것이 바로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하는 소리다.

특히 게임을 풍부하게 만드는 모든 소리 중에서도 캐릭터의 음성은 극 중에서 해당 캐릭터의 성격과 스타일 등의 특징을 대변하기 때문에 중요도가 높은 파트다 보니 블록버스터급 게임은 이러한 목소리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굉장히 많은 공을 들인다.

하지만 때때로 언어의 장벽은 그런 수고를 무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암만 멋진 대사를 넣어놔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게임 내 캐릭터의 음성은 무의미한 웅얼거림이며 들리기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되어 개그 요소로 치환되기에 이른다.

이번 포스트는 알고 들을 때랑 모르고 들을 때 내용이 극과 극으로 달라지는 몬더그린 특집이다.


So Long, King... 아니 Gay Bowser

■ 너무 많은 대사를 욱여넣다 보니


ExCF 유저 死門이 제작한 플래시 찹쌀떡두개 비비디바비디부의 한 장면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에서 류, 켄 등 풍림화산이라고 알려진 무명의 암살권을 구사하는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파동권, 승룡권, 용권선풍각이라는 3개의 기술을 구사한다.

해당 기술의 음성을 아도겐, 워류겐 등의 대사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제대로 환청으로 들리는 한국형 몬더그린 대사의 대표주자는 용권선풍각 시전 시 나오는 "찹쌀떡 두 개"다.


2편의 용권선풍각을 10시간에 걸쳐 들려주는 영상, 근성을 느껴보자

원래 대사는 기술 이름 그대로 "용권선풍각/타츠마키 센푸우캬쿠(たつまきせんぷうきゃく)"을 외친다.

하지만 적을 향해 전진 도약하며 돌려차기를 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이 긴 대사를 모두 완창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기술명의 용권(竜巻/たつまき)은 일본어로 회오리를 의미하는 관용어구인지라 음독으로 음절 수를 줄이는 꼼수도 불가능하다.
심지어 시리즈 중에서 오랜 시간 동안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 2편이다 보니 오래된 기계의 오래된 게임에서 나오는 익숙한 소리의 이 몬더그린은 아직까지도 우리의 뇌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지금과 달리 예전 대전격투게임들은 아마추어 성우나 내부 직원을 음성 담당으로 쓰던 일도 비일비재했다. 발음이 뭉개니는 게 솔직히 그리 이상한 상황은 아닌 것이다.

■ 좋은 말만 합시다


대한민국의 모 도시를 연상케하는 몬더그린으로 유명한 료의 천지패황권

몬더그린의 최고봉이라면 역시 스트리트파이터, 철권과 같이 대전격투게임 역사의 산증인인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다. 캐릭터의 수가 일반적인 대전격투게임에 비해 월등히 많으며 참전 캐릭터의 기술 가짓수도 많고 구르기와 같은 특수한 액션에도 모두 대사가 들어갈 정도로 대사의 양이 많다 보니 몬더그린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선정에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대표주자로 뽑은 것은 바로 '야가미 이오리'와 '메마른 대지의 야시로'에게서 들리는 좋은 말들이다.


유명 플레이어 알렉스의 콤보 매드무비인 '이그니스 능욕하기'는 이런 몬더그린 요소를 깨알같이 잘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게임 내 설정으로는 성격이 매우 나쁜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초필살기인 금 1211식 팔치녀와 위압하는 대지를 시전할 때 한국어로 '과소비가 원인이다', '얼마나 쓸쓸해요, 힘내요 괜찮아요'와 같은 좋은 말 대잔치를 펼친다. 

물론 일본어 원문을 제대로 해석하면 두 기술 모두 상대방 보고 반항하지 말고 곱게 죽으라는 살벌한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대사 원문을 한국어로 해석해서 주는 사람이 없을 때 그렇게 들리는 것을 어쩌겠는가. 스트리트 파이터의 찹쌀떡 두개와 마찬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던 탓에 이 몬더그린은 오락실에서 노닐던 꼬마들에 의해 널리 널리 퍼져나갔다.

워낙 유명한 몬더그린이다 보니 원래부터 패러디가 가득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는 한국에서 업적 이름을 현지화하는 과정에 이 내용을 차용한 것이 발견되기도 했으며 이오리의 KO 대사는 추가 과금을 요구하는 "100원만 넣으면 부활한다/코노 마마데와 오와란조(このままでは終わらんぞ)"로 야시로의 또 다른 초필살기인 암흑 지옥극락 떨구기의 대사는 "어머니를 버렸다/소노 이노치 모랏타(その命, もらった)"는 내용으로 안 좋은 쪽의 재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실 상대방이 쓸쓸하지 않도록 살포시 점프해서 어깨를 잡고 격려해주는 기술이라고 한다

■ 아는 만큼 들린다


무릎차기로 띄운 적을 개틀링건 난사로 구워버린다는 콘셉트의 스킬 '바베~큐'

아늑해요, 안웃겨, 바닥에기어, 안익혀, 안할게여, 마늘캐요로도 들리는 이 몬더그린의 원문은 "바베큐!"로 <던전 앤 파이터>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거너 직업군 공통 기술인 '바베~큐' 시전 시 들을 수 있는 대사다. 

사실 바베큐의 경우 옛날 게임들의 몬더그린과 달리 시전 시 나오는 음성 파일이나 재생 환경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담당 성우인 서윤선의 낮게 깔리는 쿨한 음성과 바베큐라는 괴이한 스킬명이 묘한 시너지를 내면서 던파를 플레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유머 소재로 퍼지고 있었다.


공중파를 탄 최초의 몬더그린

그러던 와중 KBS의 예능 프로그램인 스펀지 2.0에 이 소재가 방영되면서 게임을 모르는 일반인에게도 바베큐의 존재가 널리 알려졌고 현시점에서는 가장 유명한 몬더그린 중에 하나가 됐다. 

스펀지에서는 이 몬더그린의 정체가 각인효과에 의해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는만큼 바베큐의 각종 몬더그린 멘트를 많이 알고 있을수록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류승룡은 왜 기분이 좋은 것일까?


그가 용검을 뽑았을 때 왜 류승룡의 기분이 좋아지는 것인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오버워치>의 공격형 영웅인 겐지는 궁극기인 용검 사용 시 "용신의 검을 받아라/류진노 켄오 쿠라에(竜神の剣を喰)"라는 대사를 외친다. 하지만 보통 용검을 일컫는 일반적인 용어는 바로 '류승룡 기모찌'다.

사실, 오버워치는 캐릭터별 성우를 캐스팅할 때 해당 성우의 커리어, 역량뿐만 아니라 배정된 캐릭터의 국적에 맞는 언어에 대한 구사 능력까지 평가할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겐지의 담당 성우인 김혜성은 일본어를 전공하였기에 단순히 발음의 미스로 일어난 몬더그린으로 보긴 어렵다.


트레이서 성우 박신희의 인스타그램에 등장한 오버워치 한국 성우진들, 대체로 담당 캐릭터의 언어에 대한 조예가 깊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이를 두고 이게 어떻게 류승룡 기모찌로 들리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듯이 실제로 겐지의 궁극기 시전 음성을 따로 분리해놓고 들으면 일본어의 청해 능력을 떠나서 류승룡 기모찌로는 들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버워치의 장르는 하이퍼 FPS이다. 거리에 따라 들리는 소리의 크기가 시시각각으로 달라지기 쉬운데 우렁차게 대사를 외치는 겐지부터가 용검으로 적을 썰고 질풍참으로 종횡무진하는 캐릭이라 정확하게 모든 대사를 알아듣기 힘들고 이렇게 정신없는 전투가 이어지는 현장에서 필살기의 음성을 정확하게 듣고 인지하여 해석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니 류승룡 기모찌로 들리더라도 그리 이상할 것은 없다.

더군다나 담당 성우부터 2배속 재생 영상으로 들어보면 용검의 시전 대사가 확실히 류승룡 기모찌로 들린다는 언급을 하면서 이 몬더그린을 즐기고 있으며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개그 대사에서도 '기분이 좋아진다'(気持いい)'라는 식으로 언급을 하며 블리자드 공인 몬더그린이 된 상태이므로 이 이상의 논쟁은 불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오버워치 겐지 성우의 류승룡 기모찌 검증 by 김혜성 성우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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