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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게임을 흥하게 만드는 역대급 커스텀 맵

신호현 기자

기사등록 2019-03-09 06:06:41 (수정 2019-03-09 06: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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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얼마 전 스팀에서 서비스 중인 <도타 2>의 동시 접속자 수가 급증하여 1위를 찍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사실 도타 2는 라이벌시하고 있던 리그 오브 레전드의 흥행에 가려져 있을 뿐 어쨌든 스팀의 인기 게임 순위에서 항상 벗어나지 않고 있었던 스테디셀러였던 만큼 1위를 찍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특이한 점은 그 배틀그라운드마저 밀어내게 된 도타 2의 뚝심이 커스텀 맵인 '오토 체스'에서 나왔다는 부분이다.

커스텀 맵의 제작을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다양한 게임에서 나온 2차 창작물들은 이렇게 간혹가다가 히트하면서 게임의 순위마저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데 오토 체스는 이를 실로 오랜만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모두 빠지고 게임의 수명이 다하더라도 두고두고 회자될 커스텀 맵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전혀 다른 장르의 커스텀 맵에서 내가 아는 운빨겜의 기운이 느껴진다?


도타 2를 슈퍼 흥겜으로 만든 1등 공신

오토 체스를 서두에 언급했으니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오토 체스는 매 라운드마다 일정한 룰에 따라 무작위로 주어진 유닛을 체스판(Chess)에 알맞게 배치하여 적과 자동전투(Auto)를 벌이고 유닛을 교체하거나 여러 개를 모아 업그레이드하는 식으로 점차 자신의 진영을 강화하여 더욱 강해진 적과 대결을 이어나가는 게임이다.

쉽게 말하자면 랜덤 타워 디펜스의 룰을 조금 더 공격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형한 것인데 자동전투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은 동일하긴 해도 다소 정적인 부분이 강한 랜덤 타워 디펜스에 비해 전투 과정이 굉장히 역동적이다.

진행 방식은 오퍼레이션 가이드만 봐도 한 방에 이해가 될 정도로 간단하다

특히 언제 어떤 유닛이 나올지 모르는데 그렇게 나온 유닛들을 정해진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하므로 플레이어의 피지컬과 뇌지컬(...)을 동시에 요구하는 기묘한 게임성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서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특정 유닛이 모이면 발휘되는 시너지 효과나 뜬금없는 타이밍에 갑자기 툭 튀어나온 고 티어 유닛과 같이 예상치 못하게 터져 나오는 변수도 이 커스텀 맵의 별미 중 별미다.

원하는 유닛을 쉽게 뽑아낼 수 없다는 특성 때문에 시너지 효과는 매우 강력하며 여기에 유닛에게 달아주는 아이템의 효과까지 고려한다면 머리로 계산하는 선에서는 견적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즉, 실제로 붙어서 치고받기 전까진 승패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소리다.

이러한 운빨X망겜게임의 특성 때문인지 타워 디펜스 종류의 커스텀 맵을 즐기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원조 운빨X망겜으로 불리는 하스스톤 플레이어들도 상당수 넘어와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는 후문이 있으며 밸브 측에서는 망한 스탠드 얼론인 아티팩트를 손절하고 오토 체스를 단독 타이틀로 발매할 계획이 있다나 뭐라나

■ LOL 강국 한국을 낳은 그 커스텀 맵


이런 조잡하기 그지없던 일개 해킹맵이 워크래프트3의 간판 커스텀 맵이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한국으로 장소를 한정 지어 워크래프트3를 현역으로 플레이한 사람들에게 커스텀 맵 중 가장 유명한 것을 물어본다면 십중팔구는 '카오스'를 말할 것이다.

커스텀 맵이었던 DOTA의 데이터를 무단 수정해서 만든 해킹맵이 근본이라는 부끄러운 출발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아류작 소리를 듣기 싫어서였는지 차별화를 하기 위해 이런저런 수정을 거치면서 점점 모양새가 달라지기 시작했고 그 달라진 모양새가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대세 커스텀 맵이 되기에 이른다.

사실 카오스의 흥행 이유는 간단하다. 쉽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타가 지나치게 높은 진입 장벽을 가지고 있었던 데다가 영문으로 게임을 즐겨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쉬이 입문하여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반면 카오스는 비교적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게임 구조에 모든 인터페이스가 한글화되어 있었기에 사람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원본 타이틀인 워크래프트3를 카오스를 플레이하기 위한 에뮬레이터 취급하기도 했고 PC방에서 삼삼오오 몰려와서 워크래프트3를 구동한다면 백방 카오스를 매칭하는 것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의 인기를 끌었다.


필자도 당시 카오스를 꽤나 즐겼던지라 예전에 쓰던 블로그를 좀 뒤져보니 관련 스크린샷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카오스는 워크래프트3의 인기가 시들고 LOL이라는 더 좋은 대체재가 나타난 이후 온라인게임화되어 약 7년 가까이 서비스를 지속했다가 결국 2018년에 서비스 종료의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2019년 <워크래프트3:리포지드>의 발매가 확정되면서 카오스가 리포지드의 커스텀 맵으로서 부활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편, e스포츠 쪽으로 넘어가도 이 커스텀 맵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부분을 알 수 있는 기록이 남아 있다. 카오스를 기반으로 한 대회인 CCB는 한국 한정이지만 워크래프트3 래더 대회의 인기를 앞지르고 있는 기현상이 보여줬으며 이 CCB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등 많은 선수들이 훗날 코치, 쏭, 마파, 류, 루퍼라는 닉네임으로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에 데뷔하면서 2017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지배했던 LOL 강국으로서의 한국을 일궈낸 주역이 된 바 있다.

LCK의 중흥기를 이끈 카오스 출신 선수들

■ 레전드 프로게이머도 겜알못으로 만든 고인물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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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커스텀 맵 중 하나인 입구 막기

사실 이쪽 부류의 레전드이자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에는 블러드, 신전 부수기, 마린 키우기, 입구 막기, 피하기, 디펜스 등 시대를 풍미한 수많은 커스텀 맵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커스텀 맵을 뽑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빠른 무한맵(통칭 빠무)가 1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빠무는 일반적인 커스텀 맵과 달리 섬멸전(밀리)라고 부르는 스타크래프트의 정규 게임 모드를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는데 기지 확장과 자원 수급으로 인해 생기는 스트레스는 모조리 해소하는 동시에 빠른 속도로 테크트리를 올려 물량전과 마이크로 컨트롤 능력을 겨룰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기엔 안성맞춤인 맵이다.

어떻게 보면 원본인 스타크래프트의 매력 포인트를 가장 잘 어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커스텀 맵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인기를 반증하는 것은 공방에서 보이는 커스텀 맵 관련 제목의 수에서도 알 수 있다. 

보통 자신이 원하는 커스텀 맵을 배틀넷의 공방에서 찾아서 플레이하려면 어느 정도 스크롤을 굴려가며 탐색을 해야 하지만 빠른 무한은 넘쳐흐르는 수준이다.


진.짜.겁.나.많.습.니.다

한편 빠무는 오래 즐기며 실력을 쌓아 고인물이 된 유저들이 워낙 많다 보니 초보자에게는 접근이 쉽지 않은 커스텀 맵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섬멸전과는 전혀 다른 게임 양상을 보인다고는 해도 택뱅리쌍이라 불리며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 본좌로 불리던 프로게이머들마저 재야의 은둔 고수들에게 격파당하는 상황도 볼 수 있다.

심지어 상대가 본좌급 프로게이머라는 사실을 모르는 고인물들은 스알못, 귓해 스타알려줄께, 고수가되서 다시찾아와라 등의 강력한 멘트로 멘탈 붕괴를 유도하기도 했는데 이런 장면들을 보면 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한국 서버 설명문에 이 무시무시한 전쟁터에 생각 없이 발을 들이지 말라고 경고해놨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이영호를 능욕한 은둔고수의 1차 도발


이영호를 능욕한 은둔고수의 2차 도발


강제로 승리당한 이영호의 극대노


한국 서버의 빠무는 조심 또 조심하자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신호현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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