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벽대전을 통한 촉, 오의 동맹. 이로 인해 원술 패망, 서량 편입 후 강성했던 위의 세력이 한풀 꺾이며 천하삼분지계가 완성된다. 이어서 벌어지는 파국과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세대교체. 혹자는 이 부분을 삼국지의 클라이맥스라고, 혹자는 삼국지가 재미없어지게 된 계기라고 말하기도 하는 그때. 그 순간이 바로 영화, 만화 등 온갖 매체를 통해 가공되고, 재현될 만큼 삼국지 매니아들에게 큰 임팩트를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삼국지라는 IP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이유 역시 이와 같다. 어느 소설 하나의 주인공이라도 부족함이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여러 제후가 힘싸움을 벌이게 되는 시대적 배경, 영웅들이 거대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얽히고 섥히는 서사는 화자의 시선에서 담아낸 허구를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스토리기 때문.
단순히 나만의 장수를 강하게 키워서 '무쌍'하고 싶은 마음에서도 삼국지는 충분히 재미있는 IP다. 하지만 여기에 전략이 더해진다면 어떨까? 내가 국가의 수장일 수도, 혹은 군사일 수도 있고, 부대를 이끄는 명장이 되어 전투의 일익을 담당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인물들이 모여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 위, 촉, 오를 이루는 세력이 된다면?
바로 끊임없는 '전략', '전투'를 내세운 이펀컴퍼니의 신작 MMOSLG(다중접속전략시뮬레이션게임) '삼국지라이브'에서 실제 벌어진 이야기다.
위, 촉, 오 세 국가 간의 24시간 실시간 전투를 표방하는 전략 게임, 삼국지라이브는 게임 초반 튜토리얼을 통해 임의의 국가를 선택하게 된다. 세력 균형이 중요한 RvR 게임인 만큼 인구 수를 맞추기 위해 약소 세력 선택 시, 추가 보상을 지급하거나 강성한 세력은 선택을 일시적으로 막는 등의 방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은 단순히 머릿수만으로 결판이 나는 것은 아닌 것. 아무리 인구 균형을 위한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다고 해도 개개인의 전투력 차이는 생기는 법이고, 이들이 모여서 벌어지는 국가 대 국가의 전투는 밀고 밀리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삼국지라이브 제 1서버는 대대로 위나라가 강세였다. 서버에서 내로라하는 랭커들도 대부분 위나라에 포진해있었고, 한번 제대로 된 전투에 동원할 수 있는 전력도 위나라가 앞선다는 평이었다. 실제로 서버 초기 위나라는 촉과 오를 동시에 상대하면서도 전선을 절반을 유지할 수 있는 국력을 보였다. 특히, 기산, 검각이 뚫리면 성도까지 바로 코앞인 촉나라는 성도 성문이 직접 타격을 입을 정도로 밀리기도 했다.

▲ 촉은 기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국가전마다 목표는 조금씩 달라지지만, 대체로 목표 지점을 함락시키거나 혹은 어느 곳을 지켜야 하는 식으로 목표가 주어지고, 각각 어느 한 국가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양 국가에 인접한 국경에 맞물려 세 국가 간 치열한 힘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강성한 위나라를 상대로 국가전 목표 지점을 지키거나 함락하는 것은 불가능했던 촉과 오는 강릉과 영릉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싸움을 하여 1승을 챙기는 것이 그나마 공성전 점수를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
그런 때에 세 국가가 비슷한 시기에 국가레벨 2를 달성하면서 동맹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촉, 오의 국왕과 군사, 고위 관리들은 국가 채팅과 오픈톡에서 의견을 모아 밀담을 타진했고, 그렇게 촉, 오 동맹은 결성됐다.

▲ 촉오 동맹 이전, 삼국이 맞닿는 양양 지역은 위나라가 독식했다
난관은 두 가지였다. 먼저 게임 시스템으로 동맹이 지원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왕 및 군사의 오더에 따르지 않는 유저들로 인해 생기는 분쟁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 국력으로 앞서는 위를 상대로 전선을 펼칠 때, 서로 간 이해 관계가 충돌하면 얼마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상대를 도울 수 있을 것인가 였다.
동맹은 확실히 효과를 냈다. 촉과 오는 서로 1승 1패를 내어주더라도 위를 상대로는 한 걸음도 용납하지 않는 치밀함을 보여줬다. 위는 몇 차례에 걸쳐 연거푸 연패만 기록했고, 국가 간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촉의 목표 거점을 위해 오가 보급로를 차단하거나 오의 거점 방어를 위해 촉이 위의 주요 관문을 점거하는 등의 연합이 이루어졌다.

▲ 복양까지 공격받는 위의 형세
해당 동맹은 단순히 국가전의 승패 양상에만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었다.
촉, 오 동맹의 결과로 전선이 크게 후퇴하게 되자 위나라 내부에서, 비록 소수 의견이긴 하지만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정치적 성토를 하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즉, 수뇌부의 정치력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새어나오게 된 것. 이에 일부 보이콧하는 인원도 생기는 등 실제 비록 촉, 오 동맹에 밀려 승점은 챙기지 못했지만, 최후의 전선은 굳건히 지켰던 위나라가 어느 순간에는 수도까지 위협 당하는 등 실제 전력보다 더 밀리는 모양새를 보여주게 됐다.

▲ 위의 관도까지 오나라가 밀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정세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변해갔다. 먼저 촉, 오 내부에서 2:1 로 국가전을 이끌어가는 상황에 대한 '공정함' 시비가 일어 촉, 오 국경에서의 크고 작은 분쟁이 일었다. 마치 원작에서 적벽 이후 형주를 둘러싸고 생긴 감정의 골처럼, 게임 내에서도 형주(양양) 지역을 둘러싼 촉과 오의 힘싸움과 강릉/영릉 지역을 두고 어디까지 일진일퇴를 할지에서 벌어지는 감정 싸움도 한몫했다.

▲ 영릉과 강릉을 둔 촉과 오의 알력 다툼은 현재 진행형이다
또한, 내부에서는 하루에 두번 벌어지는 국가전인 만큼 1회 정도는 동맹 없이 공정하게 진행하는 쪽의 여론도 생기는 등 동맹 초기처럼 국가 전력이 오롯이 위나라를 향하는 분위기에서 많이 사그라들기도 했다.
두번째는 위나라 전략이 크게 변경됐다는 점이다. 서버 초기부터 크게는 전승, 작게는 절반 이상의 승리를 해와 자존심이 강할 수밖에 없던 위나라에서 2승 전략이 아닌 1승에 올인하는 분전의 입장을 내세우면서 촉, 오 1곳만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전략이 가능했던 것은 이러한 전략을 커버할 만한 압도적 전투력의 위나라 랭커들이 다시금 힘을 모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실제 국가전 시 벌어지는 위나라 랭커들의 환영 러시는 주요 관문/요충지를 틀어막기에 충분했다.
즉, 최소한 서로 1승 1패를 주고 받고 위나라로부터 확실한 승리를 챙겼어야 하는 촉, 오 동맹은 어느 한쪽이 상대적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몇 차례 벌어졌고 이에 대한 불만은 정작 위나라가 아닌 동맹 국가에게로 향했다. 여론은 순식간이었다. 여론이 안좋을 수록 국가전 도중 상대 영토를 넘나드는 도발이 이어졌고 이에 대응하는 것도 감정적으로 번지는 일도 많았다.
2개의 국가를 상대로 동시에 승리를 거둘 수는 없지만, 한곳 정도는 최소한의 피해로 경계하고 다른 한곳과의 힘싸움에서는 밀리지 않을 수 있는 국력의 위나라, 동맹으로 위기를 돌파하고도 점점 줄어드는 실익에 안팎으로 균열을 커지고 있는 촉오 동맹.
이 팽팽한 긴장이 언제까지 이어지게 될지 24시간 진행되는 전투 외에도 지금도 게임 안에서, 밖에서 이루어지는 이 치열한 수싸움은 삼국지 매니아들이 그렇게 바라마지 않았던 권모술수, 즉, 삼국지의 한 장면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것 같은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