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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창간] 나는 깨고 싶었다. 끝판 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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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침침해진다.' '머리가 나빠진다.'

뭐 그리 나쁜 게 많은 것인지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집에서는 이것저것 안된다는 게 많았다. 그나마 게임만큼은 할 수 있는 시간을 딱 정해놓고 했다. 사춘기와 시기가 겹치면 보통 왜인지 이유를 따져 물을 법도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런 의문을 품는 시간 자체가 아깝다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그저 부모님이 억지로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에 감사하며 게임을 하는 시간을 최대한 즐겼고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 시간엔 전날 클리어하지 못한 스테이지를 생각하고 왕을 떠올리며 어떻게 깰까 궁리했다.

내 인생의 첫 콘솔과 첫 비디오게임은 슈퍼 알라딘 보이 II의 원더 보이였는데, 아버지가 처음으로 콘솔을 사 왔을 때와 부모님이 없을 때 몰래 게임을 더 하려고 혼자서 게임기 선을 연결하려다가 TV를 박살낸 것은 기억해도 이상하게 당시 플레이한 게임의 엔딩을 본 기억은 나지 않는다.

진짜로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기억력도 나빠지고, 안경도 쓰게 된 것인지 정말 순수하게 어려워서 못 깼던 것인지 궁금해서 예전에 켠 김에 왕까지를 실현하지 못한 게임의 기억을 조금 더듬어봤다.

 

◈ 슈퍼 원더보이(1986, ESCAPE)

정확히는 슈퍼 알라딘 보이 II(메가드라이브)를 구매했을 때 합본으로 끼워서 팔던 게임팩으로 웬 노란 머리 원시인이 돌도끼 하나 집어 들고 스케이트보드 타면서 끝없이 끝없이 전진하는 게임이었다.

왜 끝없이 전진하냐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순간 정지하거나 뒤돌아가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게임은 재미있는 것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해준 소중한 비디오게임 소프트였지만 적에게 맞아 죽은 것보다 구름을 타고 다니다가 점프 실패로 낙사를 겪는 일이 워낙 많아서 이후의 다른 게임을 할 때 즉사 패턴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 부조리한 즉사 패턴에 대한 분노는 가시 트랩과 낙사 함정이 가득한 록맨 시리즈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욕하면서도 록맨 시리즈는 다 깨긴 했다.


잠시 멈춰서 점프 타이밍을 가다듬을 시간따위 주지 않는다. 그저 본능적으로 뛰어야 한다.

 

◈ 대마계촌(1988, CAPCOM)

게임 속 아저씨는 한 대만 맞으면 갑옷을 벗는 몹시 변태스러운 아저씨였다. 사실 이 게임은 쉽게 생각하면 라이프 스톡이 2개에 난이도가 조금 어려울 뿐인 평범한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었지만, 웬지 모르게 갑옷이 벗겨지면 정말 캐릭터가 약해진 것처럼 감정이입이 돼서 플레이가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이었다. 뭐 그렇게 우물쭈물하다가 죽는 것이 황금패턴이었고...

가까스로 최종스테이지(라고 알고 있었던) 5스테이지의 최종 보스전까지 도달했더니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 봤었던 불끈불끈한 근육질에 푸르딩딩한 이미지의 마왕이 아니라 웬 거대한 파리 한 마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어찌 파리를 때려잡고 보니 알 수도 없고 알 리도 없는 글자로 쏼라쏼라 하더니 냅다 처음 스테이지로 보내졌다. 끝나지 않는 게임을 즐기라는 것인지 신나는 2주차 플레이를 강요하는 대마계촌의 배려에 나는 결국 이성을 잃고 게임팩을 뽑아 벽을 향해 Sparking!! 했다.

물론 그 날 저녁에 그 행태를 들은 아버지에게 내 등짝도 Sparking!! 당했다.


(엄근진)실제로 게임팩은 저렇게 Sparking!! 하지 않습니다.

 

◈ 콘트라(혼두라) 하드코어(1994, KONAMI)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본 적 있던 '붉은 광탄 질리온'이라는 애니메이션과 묘하게 매칭되는 듯해서 아버지를 졸라서 샀던 게임이다. 원체 SF를 좋아하기도 했고 첨단기술이 담긴총을 주무기로 하는 남녀가 전면에 그려져 있으니 "어머 이거 질리온 게임인가?" 싶었으니까. (실제로 질리온을 소재로 한 비디오 게임도 존재하긴 했다)

당시 한국에서 살 수 있던 콘트라 하드코어는 북미버전이 베이스인데, 누가 콘트라 아니랄까 봐 난이도가 정말 자비심이 없는 수준이라 엔딩 분기점은커녕 게임의 절반도 채 못 가고 GG를 쳤다.

액션 게임에서 체공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고 전방향 사격이 가능하다면 슈팅게임치고는 굉장히 쾌적한 조작감과 대응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지만 1대만 맞으면 죽는 매우 현실적인 게임성 때문에 이번엔 팩이 아니라 패드를 집어 던졌다가 또 숨지게 맞았다.


일본판은 한 목숨에 라이프 스톡이 3개나 있는 소프트함 때문에 콘트라답지 않았다고 평가받기도

 

◈ 건스타 히어로즈(1993, TREASURE)

굉장히 시원시원한 연출과 투박하면서도 경쾌한 느낌을 주는 타격감 떄문에 좋아했던 게임이다. 역시나 엔딩은 본 기억이 안 난다. 정확히는 공략을 몰라서였는데 골때리는 난이도의 7단 변신 로봇을 타고 다니던 녹색 친구 '그린'도 어려웠지만 최종 보스인 골든 실버는 공략을 모르면 웬만해선 꺨 수 없는 친구였다.

최종보스의 머리 위에 떠다니는 보석을 때려서 공략해야 하는데 보스전 돌입 시 어떻게 골든 실버를 두들겨야하는지 대략적인 내용이 담긴 영문 텍스트를 당시의 난 읽을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고 무기의 속성에 추적(Chaser)계열이 들어가 있지 않으면 암만 보스를 두들겨도 체력이 전혀 소모되지 않아 어떻게 공략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끝판왕(최종보스)까지 갔다는 점에서는 위의 게임들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최종 보스전에서 좌절한 이후 다시는 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았기에 엔딩을 본 기억은 없다.


추적 속성의 탄환만 들어있어도 이리 쉽게 해결되는 것을 사서 고생한 것이다.

 

◈ 스노우 브라더스(1990, TOAPLAN)

아버지와 전자상가에 가서 샀던 수입 팩게임, 게임의 목표는 싹쓸이 등을 톻한 스코어링 말고 게임의 엔딩만을 보는 것이 순수한 목표였지만 당시의 나에겐 불가능했다.

가장 큰 고비는 3면의 보스였던 2마리의 괴조인데. 2마리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 공중을 날아다니며 맵을 졸개로 도배하는지라 조금만 냅둬도 굉장히 피곤한 싸움을 이어나가야 했다.

아무리 이전 스테이지까지 쌓아놓은 목숨 스톡이 남아 있었어도 한번 죽으면 스피드, 파워, 사거리의 업그레이드가 모조리 해제되는지라 다시 전투에 임하려니 답이 없는 수준이었다.

다행히(?) 이건 아버지랑 2인 플레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분노조절에 실패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분노조절장애는 자기보다 강한 자 앞에선 잘 조절된다.)


ㅇㄱㄹㅇ ㅂㅂㅂㄱ

 

◈ 거 까짓거 발컨이면 어때, 엔딩만 보면 되지

최근에는 멀티 플랫폼으로 발매되는 비디오 게임들을 보면 조금 더 높은 점수와 도전과제를 달성하는 데 집착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 보인다. 게다가 2주차 플레이라고 하는 반복 플레이를 해야만 진정한 엔딩을 볼 수 있는 구조의 게임도 많은 편이고

실제로 한번 게임을 사면 플레이에 소요하는 시간은 많아졌지만. 정작 클리어와 엔딩을 통해 감동을 찾기보다 수집하지 못한 도전과제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늘어났다.


엔딩을 보는데 소요한 플레이 타임은 8시간인데 도전과제를 다 하려면 몇 시간이 걸릴지 감도 안 잡힌다.

사실 도전과제 까짓거 좀 못하고 점수 좀 낮고 컨티뉴 좀 한다고 게임의 엔딩을 봤을 때 감동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을까 하고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결국, 게임의 본질은 여가시간을 최대한 즐겁게 보내는 것인데 자진해서 고통받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더더욱 짧지만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달릴 생각이다. 내가 직접 산 게임이라면 켠 김에 끝판왕을 깰 때까지!


뭐 플레이하는 과정 그 자체가 고통으로 점철된 경우도 있긴 하다.

[신호현 수습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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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v204_0104 Naroric 2016-09-11 10:48:11

오..추억의 원더보이와 마계촌 다른게임은 모르겠는데 두 게임은 어린시절 열정을 불태웠던 게임이네요 마계촌만 끝판을 깼었는데 그때가 새록새록 생각나네요

nlv31 카시엘 2016-09-11 11:34:45

마계촌때문에 기기를 참 많이 부시고 잡쉇지

nlv102_654981 긔여운햇쪄 2016-09-11 12:02:14

아아 원더랜드의 추억이...새록새록 그땐 잼나게 했었죠 어려웠지..

nlv12 TRIPPY 2016-09-11 12:03:20

원더보이는 다 깼었는데 마계촌은 넘나 어려웠었음..

nlv76 룰루긔엽긔 2016-09-11 13:34:02

옛날기억이 잼있게 남밤새가면서 깨려고...무한도전 ㅋㅋ

nlv234_0254 맞좋은 2016-09-11 14:41:58

난 오락실 가서 친구들이 하는거 구경만 했는데 잘못해서 ㅋㅋ

nlv233_0253 조선검성 2016-09-11 20:18:06

마계촌 지금도 도전할 생각이 없는 게임..스트레스 쌓여 분노 저절장애가 나올것 같아서..ㅋ

nlv91 라데니안 2016-09-11 21:41:06

스노우 브라더스... OTL

nlv110_6876 IS_7 2016-09-12 00:35:42

옛추억이...계속 도전하고 도전해서 깨는 재미란 해본자만이 아는법

nlv187_345 지옥의술사 2016-09-12 02:09:20

밤늦게까지한다고 야단맞던기억이 ㅠ_ㅠ)

nlv183_4536 아미뉴 2016-09-15 13:47:45

도전과제는 포기하면 편해요

nlv8 whitepappy 2016-09-16 22:00:54

요즘은 끝판왕 같은게 없는듯. 우리나라는 거의 온라인 모바일겜이라 ~

nlv191_3563 다음카카오 2016-09-19 20:32:41

스팀게임하면 끝판을 깰수있징..ㅋ

nlv31 버섯신 2016-09-20 21:24:52

코인 하나하나가 소중했던 시절

nlv16 저멀리보이는 2016-09-21 16:49:51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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