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한민국 국가대표 공격수 손흥민 선수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으로 이적하면서 국내 스포츠게임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넥슨이 서비스 하고 있는 피파온라인3'에서는 게임 내 손흥민 선수를 플레이하려는 게이머들 때문에 손흥민 선수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위닝일레븐'과 'FIFA' '풋볼 매니저' 등 축구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축구 게임 관련글이 늘어나는 등 축구 게임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국내 스포츠 스타들의 해외 진출은 스포츠 시장뿐 아니라 게임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거슬러 올라가면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시절과 박지성 선수가 막 EPL에 입성했을때도 게임 시장에는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당시에는 관련 야구게임들이 큰 인기를 끌었고, 박지성 선수가 EPL에 입성하면서부터는 축구 게임이 스포츠 게임 장르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누렸던 것.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창간 16주년을 맞아 해외에 진출한 한국 스포츠 선수들과 그들이 게임에 등장했던 시기를 알아보고 그에 따른 스포츠 게임의 변화에 대해 살펴봤다.
◆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몰고왔던 메이저리그 야구게임 열풍
한국 해외파 선수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선수는 국내 최초의 미국 메이저리거인 박찬호 선수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대한민국은 박찬호 선수에 대한 열기로 가득했다. 1996년 메이저리거로써 경력을 쌓기 시작한 박찬호 선수는, 이듬해인 1997년 본격적으로 LA 다저스의 선발 투수로 출전하며 14승 8패(방어율 3.38)을 기록했고, 최고 전성기인 2000년에는 18승 10패(방어율 3.27)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당시 박찬호 선수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TV 앞에 모여 경기를 시청할 정도로 박찬호 선수의 인기는 대단했고 IMF 맞물려 실의에 빠진 3040세대는 박찬호 선수의 경기를 보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으며 중-고등학생들은 LA 다저스 선수 뿐 아니라 유명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이름을 다 외우고 다닐만큼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도 매우 뜨거웠다.
그 결과 국내 게임시장에도 자연스럽게 메이저리그 열풍이 불면서 야구 게임들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EA스포츠의 '트리플 플레이' 아콜레이드의 '하드볼' 맥시스스포츠의 '토니 라룻사 베이스볼' 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타이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97년 발매된 아콜레이드사의 '하드볼6'는 본격적으로 게임 내 박찬호 선수가 등장한 첫번째 시리즈로 게이머가 직접 박찬호가 되어 메이저리그 타자들과 승부를 겨루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생각해보면 지금처럼 얼굴이나 동작 등의 모델링이 정교하지도 않았고, 능력치나 기록 같은 데이터도 정확하지 않았지만, 게임에 한국 선수가 등장하고 직접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큰 사건이었다.
이후 그래픽과 사운드, 선수 데이터에서 '하드볼' 시리즈를 넘어선 EA스포츠사의 '트리플 플레이'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트리플 플레이 99'에서는 박찬호 선수가 표지 모델로 선정되면서 국내에서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 트리플플레이99 표지 모델로 선정된 박찬호(위)와 하드볼6에서 등장한 박찬호(아래)
이후 박찬호 선수의 뒤를 이어 김병현, 서재응, 김선우, 봉중근 등 대한민국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주목받기 시작했고, 타자로서는 최초로 최희섭 선수까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으면서 한국 해외파 선수들이 등장하는 야구게임은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국내에선 축구가 야구의 인기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점차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메이저리그 관련 게임들은 서서히 국내 게이머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말았다.
최근 추신수 선수를 비롯해 류현진, 강정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소니에서 제작한 'MLB 더 쇼' 시리즈 등이 다시 주목받고는 있지만, 박지성, 손흥민, 기성용 선수 등이 등장하는 축구게임 들에 비해서는 인기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 과거보다 MLB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은 더 정교하게 묘사됐지만, 게임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스포츠 장르를 석권한 축구게임
2002년 한-일 월드컵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면서 국내 스포츠 게임 시장에도 큰 변화가 불었다.
코나미사의 '위닝 일레븐'과 EA사의 'FIFA' 시리즈로 대표되는 축구게임은 월드컵의 열기를 이어받아 기존 한국 선수들이 등장하는 야구 게임의 인기를 훌쩍 뛰어넘었고, 비슷한 시기 대한민국의 박지성 선수와 이영표 선수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처음 진출하면서 축구게임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특히,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활약했던 박지성 선수의 인기는 과거 박찬호 선수를 넘을 정도로 대단했다. (토트넘의 이영표 선수도 인기가 많았지만, 당시 중위권이었던 토트넘에 비해 리그 우승을 다투고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했던 맨유의 박지성 선수가 상대적으로 더 주목받았다.)
박지성 선수와 맨유 관련 상품들은 국내에서 불티나게 팔렸고, 게임 내에서 맨유 소속의 박지성 선수를 직접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게이머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또 야구에 비해 플레이 타임이 짧고, 여러명이 함께 플레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축구게임의 인기는 전국 각지 플스방(여러명이서 플레이스테이션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든 놀이공간. PC방 개념과 비슷)을 타고 더욱 확산됐다.


▲ 박지성 선수의 맨유 진출은 축구 게임과 더불어 플스방의 호황기를 이끌었다.
이후 차두리, 박주영, 이청용 등 한국 선수들이 잇따라 유럽 빅리그 무대에 진출했고, 최근에는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과 스완지의 기성용, 도르트문트의 박주호, 아우크스부르크의 구자철 등 과거보다 더 많은 해외파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어 당분간 축구게임에 대한 게이머들의 관심을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과거에 비해 게임 그래픽 수준이 발전해 더욱 정확하고 세밀하게 묘사된 한국 선수들을 게임 내에서 만날 수 있고, 온라인 환경을 통해 선수들의 소속팀이나 능력치가 빠르게 게임 내 적용되는 등 실제 스포츠와 게임 간의 연계도 원할하기 때문에 축구게임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 피파 시리즈에서 구현된 박주영(위)과 위닝 시리즈에서 등장한 이청용(아래)
◆ 한국 스포츠는 발전했지만, 스포츠 게임은 오히려 고전
야구와 축구에 한정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한국 선수들의 해외무대 진출은 국내 스포츠게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당시에는 야구게임이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에는 2002 월드컵과 박지성 선수의 맨유 입단으로 축구게임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현재 온라인 게임이 주축을 이루는 국내 게임시장에서 스포츠 게임의 입지는 그리 높지않다.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스포츠 게임 중에는 'FIFA' 시리즈가 유일하게 온라인 흐름에 맞춰 'FIFA온라인3'라는 이름으로 선전하고 있고, 국내 프로야구(KBO)의 인기에 힘입어 출시됐던 많은 온라인 야구 게임들은 저마다 콘텐츠 부족에 시달리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는 과거에 단순히 한국 선수들을 게임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만으도 메리트가 있었던 스포츠 게임에서 게이머들이 그 이상의 재미를 바라고 있다는 걸을 말해주는 좋은 사례이다.
국내 프로야구는 천만 관중 시대가 열리며 인기가 나날이 커지고 있고, 축구는 과거 박지성 선수가 맨유에 입단했을때보다 훨씬 많은 선수들이 유럽 빅리그에 진출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 스포츠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많이 높아졌음에도 반대로 국내 게임시장에서 스포츠 게임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여러 게임사들이 스포츠 게임 장르를 많이 개발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지만, 과거에 비해 그래픽적인 부분을 제외하곤 크게 발전된 스포츠 게임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은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 한다.

▲ 스포츠 게임 중 유일하게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선전 중인 피파온라인3
[이동준 기자 rebelle@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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