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겨울연가'는 2003년 일본에서 방영된 후 큰 인기를 끌었고 작품의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배우 배용준과 최지우는 '욘사마'와 '지우히메'라고 불렸다.

이는 한류열풍의 시작이었으며 이후에 많은 배우와 가수, 아이돌들의 해외 진출에 밑거름이 됐다. 이들은 해외에서 한국을 알리고 있으며 외국인의 머리에 한국의 이미지를 심었다.

헌데 이들보다 먼저 해외에 진출해 한국을 알린 실존인물이면서도 가상의 인물, '김갑환'이 있다.

김갑환 씨는 빅콤이라는 게임 회사를 창업해 일본의 SNK와 제휴를 맺고 해당 회사의 게임을 국내에 유통했다. SNK는 제휴관계에 있는 빅콤 사의 사장 김갑환 씨를 그들 게임에 캐릭터로 구현하기로 했고 1992년 작 '아랑전설2'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게임 내에서 김갑환은 태권도를 구사해 세계에 널리 알렸다.

아랑전설과 킹오브파이터즈에 등장한 한국 캐릭터 김갑환 씨처럼 해외 게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며 한국을 알리고 있는 캐릭터를 알아보도록 하자.

◆ 아랑전설 & 킹오브파이터즈 시리즈

- 김갑환

서두에 소개한 김갑환은 '아랑전설2'와 '킹오브파이터즈'에 등장한다. 김갑환 캐릭터는 태권도를 바탕으로 화려한 발차기 기술을 선보인다. 이는 격투 게임에 등장하는 한국인 캐릭터의 메인 무기는 '발'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김갑환 캐릭터는 악을 싫어하는 정의의 사도로 표현되며 KOF에서 함께 팀을 이루는 악당 장거한과 최번개는 김갑환이 갱생해간다는 설정이다.

게임의 모티브가 된 실존인물 김갑환은 실제로 태권도 공인 3단이며 프로레슬러 역도산의 수행 요원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담으로 아랑전설에서는 그의 부인과 두 아들이 게임 배경의 서포터즈로 등장한다. 아들인 김동환과 김재훈도 모티브가 돼 아랑 MOW에서 캐릭터로 출연했다.

▲ 킹 오브 파이터즈 13 의 김갑환

▲ 김갑환을 응원하는 세모자 (출처 = 나무위키)

◆ 철권(TEKKEN) 시리즈

- 백두산 & 화랑

여전히 아케이드 게임장을 장악하고 있는 격투 게임 남코의 '철권' 시리즈에서도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성산이라 불리는 백두산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며 태권도를 사용한다. KOF의 김갑환처럼 악에 대항하는 것은 비슷한 부분이지만 말 못할 과거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백두산 외에 또 한 명의 한국인이 철권 시리즈에 등장한다. 백두산의 제자인 화랑이다. 화랑은 백두산보다 더욱 화려한 발차기를 선보인다. 철권 시리즈의 두 번째 주인공인 카자마 진과 라이벌 관계에 있으며 '철권6'에서는 진에 대항해 레지스탕스를 조직한다. 반항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스승인 백두산에게는 예를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

▲ 호랑이의 눈매를 닮은 백두산

▲ 카자마 진의 라이벌, 화랑

◆ 로스트 플래닛(Lost Planet)

- 웨인

헐리우드에 진출한 한국 배우 이병헌과 흡사하게 생긴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이 있다. 캡콤의 TPS 장르 게임인 '로스트플래닛'은 이병헌의 얼굴을 3D 카메라로 다양한 표정과 함께 촬영해 주인공 '웨인'을 만들었다. 이병헌을 모델링으로 주인공을 만들었으나 주인공이 한국인이라는 설정은 없다.

로스트 플랫닛은 주인공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면서 아버지를 죽음으로 이끈 집단에 대해 복수를 하고 위기에 빠진 인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게임이다.

▲ 이병헌을 쏙 빼닮은 로스트 플래닛의 주인공, 웨인

◆ 기어스오브워(Gears of War) 시리즈

- 김민형 중위

에픽게임스의 TPS 장르 게임 '기어스오브워'에서는 투철한 군인정신을 가진 한국인 김민형이 등장한다. 무려 중위의 계급장을 달고 있으며 주인공이 속한 델타 중대의 지휘관이다.

김민형은 틀에 박혀있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부대원들을 차갑게 대한다. 그러나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그가 츤데레(겉으로는 쌀쌀맞게 굴지만 속으로는 좋아하는 캐릭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민형이 한국인· 계라는 게임 설정은 찾아볼 수 없지만 이름만큼은 확실한 한국인이다.

김민형 중위는 '기어스오브워1'의 초반부에 위기에 처한 동료들을 구하다가 최후를 맞이한다. '기어스오브워3'의 DLC 라암의그림자에서 다시 그가 등장하면서 모범적인 군인의 모습을 보여주나, 적의 보스 캐릭터인 라암 장군의 시점으로 플레이하는 캠페인에서 김민형 중위가 숱하게 죽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민형 중위를 10회 사살하는 도전 과제가 있다)

▲ 흑인의 체형을 가진 김민형 중위

◆ 바이오쇼크(Bioshock) 시리즈

- 이수종 박사

게임에서 악역으로 등장하는 한국인도 있다. 2K의 '바이오쇼크'에서 이수종 박사는 빅대디라는 괴물을 만들어내 게임의 배경이 되는 세상인 랩처를 멸망으로 치닫게 한 장본인이다.

사실 이수종에 대한 국적에 대해 플레이어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이수종(易蘇崇, Su-Chong.Yi)의 이름에서 보듯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한자 이름이 아니다. 또한 이수종의 실종 기사가 중국 신문이라는 점을 들어 중국인에 가깝다고 봤다. 단지 일제강점기 시절에 한국에 있었다는 언급밖에 없다. 그러나 후속작인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DLC 바다의 무덤에서 한국 시골에서 일하는 부모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이수종이라는 캐릭터를 중국인으로 설정했으나 이후 한국인으로 설정을 바꿨을 가능성이 크다.

이수종은 자신의 창조물인 빅대디에 의해 살해를 당했으며 바이오쇼크1에서는 단지 음성 기록으로만 그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그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DLC 바다의 무덤이며 프랭크 폰테인, 앤드류 라이언과 함께 바이오쇼크의 3대 악역을 담당하고 있다.

▲ 랩처의 주요 인사들과 이수종(표시된 인물)

◆ 소울칼리버(Soul Calibur) 시리즈

- 성미나

남코의 '소울엣지'부터 등장한 성미나는 소울칼리버 시리즈의 대표 캐릭터 중 하나로 국적은 조선, 고향은 지리산이다. 부친에게 창술을 전수받아 창을 자유자재로 잘 사용하며 발차기 기술도 일품이다. 게임 스토리상으로는 조선을 구하기 위해 구국의 검, 소울칼리버를 찾아 나선다. 정확히는 부친에게 거짓말을 하고 가출을 한 것이다. 이런 점을 미뤄볼 때, 말괄량이와 같은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녀의 늘씬한 허리와 탄탄한 허벅지를 노출한 패션은 많은 남성 플레이어에게 설렘을 선사했다. 하지만 소울칼리버 1편과 3편에서는 중국 의상에 가까웠고 2편의 복장은 인디언을 연상시킨다. 그나마 4편 와서야 리폼(?)한 한복을 입고 있다. 속옷도 없이 저고리만 걸치고 있으며 치마는 한쪽 단이 트여있어 허벅지 훤히 드러나 보인다. 성미나는 해외 게임에 등장하는 가장 섹시한 한국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파격적인 의상으로 남성팬들을 각인시킨 성미나

▲ 소울칼리버 시리즈별 성미나 의상 (출처 = 나무위키)

◆ F.E.A.R(First Encouner Assault Recon) 시리즈

- 권진선

모노리스 프로덕션의 액션 호러 게임인 F.E.A.R에서는 한국계 미국인이 등장한다. 그녀의 이름은 권진선으로 F.E.A.R라는 특수팀에서 감식 요원을 맡고 있다. 게임의 명칭이기도 한 F.E.A.R는 군수 기업에서 연구 중이던 클론 병사들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된 팀이다.

권진선은 F.E.A.R1에서 게임의 내용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담당해 큰 비중이 없었으나 확장판에서는 권진선을 구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클론 병사들을 조종해 반란을 일으킨 알마 웨이드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확장판에서 죽었던 권진선은 3편에서 등장해 구출 당하는(?) 역할을 다시 수행한다.

F.E.A.R는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심의 규정을 통과하지 못해 정식 발매되지 않았다.

▲ F.E.A.R 시리즈에서 주인공을 고달프게 하는 권진선 ( 출처 = fear.wikia.com)

▲ 권진선을 끌고 내려가려는 알마 웨이드 ( 출처 = 네이버 '단군'님의 블로그)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