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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함 속 섬세함이 빛나는 여성향 동인 행사. 디. 페스타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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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수수함 속 섬세함이 빛나는 여성향 동인 행사. 디. 페스타를 가자
 
화려한 무대도, 코스프레도 없다. 그럼에도 행사 시작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줄은 길게 늘어섰고, 문이 열린 뒤에는 수많은 관람객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조금은 수수하지만 차분하고,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섬세하다. 국내 최대급 여성향 동인 행사 '디. 페스타'가 다시 한번 팬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아마추어 창작 문화 이벤트 '제35회 디. 페스타(D.Festa)'가 10월 3일부터 4일까지 양일간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SETEC 제1·2·3전시실 전체를 사용한다. 일반 관람객 입장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며 입장료는 1만원이다. 토요일에는 715개 서클이 참가했으며, 일요일 역시 509개 서클이 참가해 이틀 동안 대규모 동인 행사를 이어간다.
 
디. 페스타는 코믹월드, 일러스타 페스와 함께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2차 창작 행사다. 하지만 막상 현장을 둘러보면 디. 페스타는 다른 행사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디. 페스타를 가장 명확하게 설명하는 단어를 하나 고른다면 '여성향'이다.
 
물론 여성만 참가할 수 있는 행사도 아니고 특정 장르만을 위한 행사도 아니다. 남성 창작자와 관람객 역시 자유롭게 참가한다. 다만 실제 행사장을 둘러보면 창작자부터 관람객까지 여성 참가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출품되는 작품 역시 여성 팬덤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IP와 캐릭터, 관계성을 다룬 2차 창작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에는 다양한 동인 행사가 있지만 이처럼 여성향 창작물을 중심에 두면서 동시에 SETEC 전관을 사용할 정도의 규모를 갖춘 행사는 사실상 디. 페스타다 유일하다. 디. 페스타가 국내 여성향 동인 행사 가운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행사 시작 전부터 이런 규모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일반 입장이 시작되기 전 SETEC 주변에는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이 길게 줄을 이었다. 오전 11시 입장이 시작된 이후에도 관람객은 계속해서 유입됐고, 행사장 내부 역시 수많은 사람으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인기 서클 주변에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만들어졌으며 통로마다 원하는 작품을 찾아 이동하는 관람객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행사장 전체가 시끄럽거나 어수선한 분위기는 아니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렸음에도 관람객 대부분 자신이 찾는 서클을 확인하며 차분하게 이동했고, 부스에서도 순서에 맞춰 회지와 굿즈를 구매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소란스럽다기보다는 조용한 열기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느낌에 가깝다.
 
 
 
 
디. 페스타의 또 다른 특징은 장르의 폭이다.
 
여성향 행사라고 하면 흔히 특정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장르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현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만화는 기본이고 웹툰과 웹소설, 일반 소설까지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의 인기 캐릭터가 있는가 하면 국내 웹툰과 웹소설에서 출발한 작품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 게임 캐릭터를 소재로 한 창작물까지 더해지면서 행사장을 조금만 돌아다녀도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 연이어 등장한다.
 
최근 다른 서브컬처 행사에서는 아크릴 스탠드와 키링, 엽서, 포토카드 같은 굿즈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회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디. 페스타에서는 여전히 직접 그린 만화와 소설을 담은 회지가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
 
 
 
 
 
 
그렇다고 책만 가득한 행사도 아니다. 회지 옆에는 아크릴 스탠드와 키링, 스티커, 엽서 등 다양한 굿즈가 함께 놓인다. 책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창작자와 일러스트 및 캐릭터 굿즈를 만드는 창작자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 회지와 굿즈가 비교적 균형 잡힌 비중을 보여준다. 특히 여성향 행사답게 여성용 액세서리들을 꽤 자주 볼 수 있었다.
 
강렬한 색과 커다란 장식으로 멀리서부터 시선을 잡아끄는 부스보다는 작은 테이블 위에 작품을 차분하게 배치한 경우가 많다. 한눈에 봤을 때는 수수해 보일 수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품을 포장하는 방법부터 테이블 위 작은 장식, 캐릭터를 표현한 소품, 회지를 쌓아놓는 방법까지 꽤 세밀하게 신경 쓴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강한 자극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작품을 얼마나 예쁘고 섬세하게 표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특히 회지는 이러한 특징이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같은 작품을 소재로 삼았더라도 창작자에 따라 캐릭터의 관계와 감정을 바라보는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누군가는 만화로, 누군가는 소설로 자신이 좋아하는 장면과 관계를 다시 풀어낸다. 공식 콘텐츠에서는 짧게 지나갔던 대사 하나나 작은 설정 하나가 한 권의 책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디. 페스타가 다른 대형 서브컬처 행사와 가장 크게 갈리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현장에서 코스프레를 볼 수 없으며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별도의 대형 무대나 공연, 체험 이벤트도 없다. 행사장 중앙에서 음악이 울려 퍼지거나 유명 인물이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모습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이 수수함이야말로 디. 페스타의 정체성이라 볼 수 있지만 그 안에 있는 창작자와 관람객들의 열정만큼은 다른 행사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 행사의 중심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창작자와 창작물이 있다. 관람객 역시 이벤트를 보기 위해 이동하기보다는 좋아하는 작품을 찾고, 창작자의 회지와 굿즈를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행사장을 돌아다닌다.
 
볼거리를 만들어 사람을 붙잡는 행사가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찾는 사람'과 '좋아해서 무언가를 만든 사람'이 만나는 데 집중한 행사인 셈이다. 코믹월드와 일러스타 페스가 코스프레와 기업 부스, 다양한 이벤트까지 더해지며 거대한 종합 서브컬처 축제로 발전했다면 디. 페스타는 조금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수백 명의 창작자가 각자가 좋아하는 작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가져오고, 수많은 관람객이 그 작은 차이를 하나씩 찾아다닌다. 게임부터 애니메이션, 웹툰과 소설까지 장르와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취향이 한 공간에 뒤섞인다.
 
그것이 수많은 여성 창작자와 팬들이 디. 페스타를 찾고, 35회에 이르기까지 이 행사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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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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