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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 My Name’ 월즈가 페이커를 그려온 방식을 되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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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 My Name’ 월즈가 페이커를 그려온 방식을 되짚어보기
 
“모든 길은 그에게로 통합니다.”

라이엇 게임즈가 2026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을 앞두고 공개한 한 문장이 다시 한번 '페이커(Faker)' 이상혁을 가리켰다. 지난 2023 월드 챔피언십에서 징동 게이밍(JDG)과의 준결승을 앞두고 등장해 이제는 페이커를 상징하는 문구 가운데 하나가 된 "모든 길은 결국 저를 통합니다(All roads lead to me)"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오는 10월 9일 오전 10시 2026 월드 챔피언십 공식 주제곡 'Know My Name'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한다. 올해 주제곡은 오랜만에 컴백을 알리는 힙합 그룹 '트루 대미지(True Damage)'가 맡으며, 월즈 역사상 처음으로 소환사의 협곡 세계관을 활용한 가상 아티스트가 공식 주제곡을 부르는 사례다. 무엇보다 라이엇은 올해 영상의 주제를 명확하게 '페이커와 T1이 역사적인 월드 챔피언십 3연패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다룰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공개 전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월드 챔피언십 뮤직비디오에서 페이커가 중요한 역할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히려 지난 10여 년 동안 그의 위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월즈 주제곡만 따라가도 LoL e스포츠의 흐름을 상당 부분 읽어낼 수 있을 정도다.
 
그 시작점 가운데 하나는 2016년 제드(Zedd)가 참여한 'Ignite’였다. 뮤직 비디오의 내용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월드 챔피언십을 대표했던 명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했고, 무적함대라고 불리던 SK 텔레콤 T1과 KOO 타이거즈의 결승전과 브로콜리 먹방을 공약으로 내건 페이커의 모습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의 페이커는 이미 월즈를 두 차례 제패한 선수였다. 특정 선수의 일대기를 다루기보다는 ‘월즈를 대표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나열하는 영상에서 페이커가 자연스럽게 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페이커의 존재감이 하나의 '캐릭터'로 굳어진 것은 2018년 'RISE'다. 엄연히 따지자면 RISE의 주인공은 2017 월드 챔피언 삼성 갤럭시의 '앰비션(Ambition)' 강찬용이지만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서 앰비션은 수많은 강적을 차례대로 꺾고 산 정상에서 마지막으로 마주한 상대가 바로 룬 마법서를 펼쳐든 라이즈(Ryze)의 모습을 한 페이커였다.

영상 속 책에는 그의 옛 닉네임인 '고전파'와 '불사 대마왕이 알려주는 챔피언십 우승의 정석'과 같이 페이커를 상징하는 이스터에그가 여럿 들어갔고 페이커는 2013-2015-2016년 월드 챔피언 자격으로 정상에 군림하는 사실상의 '최종 보스'로 묘사됐다. 결국 앰비션이 페이커를 쓰러뜨리는 장면은 삼성 갤럭시가 2017년 결승에서 SKT를 꺾고 우승한 결과와 겹쳐진다. 페이커의 패배까지도 다른 선수의 우승을 완성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가 된 셈이다.
 
 
 
2019년 주제곡인 'Phoenix'에서 페이커는 함께 당대 최고의 미드로 꼽히던 '루키(Rookie)' 송의진과 '캡스(Caps)' 라스무스 뷘터와 함께 그림자의 형태로 덤벼드는 자신의 위업 그리고 세계 최정상급 선수조차 짊어지는 실패와 의심에 맞서 싸우며 한계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다뤘으며, 2020년 주제곡 'Take Over'에서는 정상을 꿈꾸는 누군가의 성장을 이끄는 멘토로 등장했다.

2021년 'Burn It All Down'에서는 '쇼메이커(Showmaker)' 허수와 '쵸비(Chovy)' 정지훈을 비롯한 당시 새로운 세대가 전면에 등장했지만 페이커는 여기서도 빠지는 일이 없었다. 오히려 영상 도입부터 등장하며 새로운 선수들이 바라보는 하나의 기준점, 이른바 LCK의 '상징'에 가까운 이미지로 배치됐으며, 2023년 'GODS'에서는 같은 마포고등학교를 다닌 동창생이자 수없이 패배를 거듭하면서도 끝내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2022년 월드 챔피언이 된 '데프트(Deft)' 김혁규의 서사를 다루면서 이루고 싶은 꿈이자 목표 그리고 반드시 꺾어야 할 최후의 상대로 묘사되기도 했다.
 
 
 
2024년 주제곡인 'Heavy Is The Crown'에 이르러 페이커는 다시 왕좌로 돌아왔다. 2023년 일곱 시즌 만에 월드 챔피언 자리를 되찾은 T1 선수들이 성을 지키는 수호자로 등장했고, 페이커는 그 중심에서 왕관을 노리는 각 지역의 도전자들과 맞섰다. 이전 RISE에서 정상에 먼저 올라 앰비션을 기다리던 '최종 보스'의 구도가 이번에는 왕관의 무게를 짊어진 현역 챔피언이라는 모습으로 되살아난 셈이다.

2025년 주제곡 'Sacrifice'에서는 특정 선수 한 명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월즈 전체의 역사를 다루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페이커의 몫은 분명했다. 수많은 명장면 가운데 "모든 길은 결국 저를 통합니다"라는 말이 현실이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2023년 JDG와의 준결승에서 아지르로 '룰러(Ruler)' 박재혁의 바루스를 슈퍼토스 '슈리마 셔플'로 넘겨버린 장면이 재현되어 화제를 불러모았다.
 
 

그리하여 2026년에는 처음부터 시선이 페이커에게 고정되는 것이 예고됐다. 라이엇 게임즈가 밝힌 'Know My Name' 뮤직비디오의 주제는 페이커가 커리어 동안 경험한 승리와 도전, 패배 이후 다시 일어서는 과정, 그리고 T1이 월드 챔피언십 3연패라는 기록에 도달하기까지의 여정이다. 이전 영상에서 여러 형태로 잘라 사용했던 페이커의 서사를 이번에는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 붙일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오는 10월 9일에는 그 조각들이 처음으로 '페이커의 이야기'라는 하나의 중심 서사 아래 모인다. 10년 넘게 월즈 뮤직비디오 속에서 누군가가 올라야 할 정상과 넘어야 할 상대, 그리고 다시 정상에 오른 왕으로 등장해온 선수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이야기에선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주목된다.
 

신호현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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