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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작은 음성합성 캐릭터에서 세계적인 버추얼 싱어로…
- 팬들과 함께 만들어진 하츠네 미쿠 19년의 역사
- 팬들과 함께 만들어진 하츠네 미쿠 19년의 역사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가 2026년 8월 31일, 19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올해로 세상에 나온 지 19년. 이제 내년이면 스무 살을 바라보면서도 여전히 공식 나이는 16살이다. 외모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푸른빛이 감도는 긴 트윈테일에 검은색과 블루그린으로 구성된 미래적인 의상. 목소리에는 지금도 특유의 전자음이 묻어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 많은 캐릭터가 태어나는 시대에서 한때 당대를 호령하며 찬란한 인기를 구가했던 캐릭터도 19년이라는 세월 앞에서는 조금씩 풍화되기 마련이다. "그때 xxx 인기 대단했지~ 나도 진짜 좋아했었어" 정도로 덕후들 뇌 한켠에 강렬한 추억 서랍에서만 가끔씩 열어 추억하는 수준이 된다.
아유카와 마도카, 나우시카, 아사쿠라 미나미, 린 민메이, 스즈미야 하루히, 베르단디, 후지사키 시오리, 진구지 사쿠라, 키노모토 사쿠라, 리나 인버스, 호시노 루리... 등등 예를 찾으면 끝이 없을 정도다. 19년이란 시간은 어지간한 인기 캐릭터 하나가 태어나 전성기를 보내고, 추억 속으로 사라지기를 몇 번 반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이다.
그런데 하츠네 미쿠는 아직 현역이다. 아니, 현역이라는 표현도 조금 부족할 정도다.
콘서트를 열고, 게임에 등장하고, 피규어가 쏟아지고,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하며 세계를 돌아다닌다. 보컬로이드 캐릭터도 수도 없이 태어났고, 그보다 훨씬 발전한 새로운 음성합성 캐릭터들도 등장했다.
그런데 아직도 센터에는 미쿠가 있다.
도대체 왜일까.

하츠네 미쿠 19번째 생일을 기념해 나온 공식 비주얼. 출처=KARENT
■ 미쿠 이전에도 전자 가수는 있었다
하츠네 미쿠가 세계 최초의 전자 가수는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이미 야마하가 개발한 ‘보컬로이드’라는 노래 음성합성 기술이 등장했고, 이를 이용한 여러 소프트웨어가 시장에 나와 있었다.
크립톤 퓨처 미디어(Crypton Future Media) 역시 미쿠보다 먼저 메이코(MEIKO)와 카이토(KAITO)를 선보였다. 다만 당시 보컬로이드는 어디까지나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조금 특이한 도구에 가까웠다.
사람 목소리 대신 컴퓨터가 노래를 불러준다. 당시에는 상당히 신기한 기능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일반 대중까지 관심을 가질 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그런데 크립톤은 여기서 캐릭터라는 재미있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메이코 패키지에는 마이크를 든 애니메이션풍 여성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당시 음악 소프트웨어는 피아노 음원이면 피아노, 기타 음원이면 기타를 패키지에 넣는 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사람 목소리를 파는 제품에 아예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그려 넣은 것이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기존 음악 제작자뿐 아니라 애니메이션풍 캐릭터에 익숙한 이용자들까지 제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 크립톤은 이 가능성을 놓치지 않고 아예 한 발 더 나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단순히 ‘여자 목소리가 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름과 얼굴을 가진 한 명의 가수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발상이다.
그렇게 하츠네 미쿠의 씨앗이 만들어졌다.

클립톤에서 미쿠 이전에 공개한 메이코(MEIKO, 좌)와 카이토(KAITO, 우)
■ 가수들에게 차이고 탄생한 미래의 아이돌
재미있는 점은 하츠네 미쿠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계획된 캐릭터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크립톤은 처음에는 실제 여성 가수의 목소리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려 했다. 음악 제작 프로그램이니 당연한 발상이다.
문제는 가수들 입장에서 그리 반가운 제안이 아니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그 프로그램을 산 누군가가 자신이 부르지도 않은 노래를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 지금이야 음성합성이나 AI 보이스가 익숙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는 꽤나 낯설고 꺼림칙한 이야기였다.
크립톤은 여러 여성 뮤지션에게 제안을 보냈지만 모두 단호히 거절당했다. 일본이 저작권에 아주 민감한 국가인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수 입장에서 자신의 생명줄인 목소리를 걸고 모험을 할 수 있을리 없었다.
결국 발상을 뒤집어 실제 가수를 흉내 내지 말고, 처음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가수를 만들자는 결론에 도달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게 신의 한 수였다. 실존 인물의 복제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쿠는 누구와도 비교할 필요가 없었다. “이 가수와 목소리가 얼마나 비슷한가”가 아니라, “하츠네 미쿠라는 가수는 이런 목소리를 가진 존재다.” 라고 받아들이면 됐다.
이때 목소리를 맡은 사람은 성우 후지타 사키였다. 후지타 사키는 평소 목소리보다 조금 더 ‘귀여운 아이돌의 목소리’를 연기했고 이는 지금까지 하츠네 미쿠라는 캐릭터가 가진 고유의 목소리가 됐다.

하츠네 미쿠의 목소리를 맡게 된 후지타 사키. 사진=세가(SEGA)
이름 역시 캐릭터의 방향성을 그대로 담았다. ‘미래에서 온 최초의 소리(未来からきた初めての音)’. 그렇게 ‘하츠네 미쿠(初音ミク)’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나이는 16세.
키 158cm, 몸무게 42kg.
이미지 컬러 : 블루그린
키 158cm, 몸무게 42kg.
이미지 컬러 : 블루그린
공식이 정한 설정은 딱 여기까지다. 성격이 어떤지, 가족이 있는지, 어디서 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세세하게 정하지 않았다. 이것 역시 의도적인 선택이었는데 미쿠의 목소리를 사용하는 사람이 각자 자신만의 하츠네 미쿠를 상상할 수 있도록 빈칸을 남겨둔 것이다.
음악 창작에 있어 상상력은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미쿠는 최소한의 설정만 제시함으로써 이 공백을 창작자의 상상에 맡겼다. 어떤 장르의 노래를 부를지, 옷을 입을지, 어떤 춤에 어울리는 성격인지 등 모든 분야를 창작자의 상상에 맡긴 이 설정공백은 미쿠가 19년 동안 살아남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2007년 8월 31일 그렇게 하츠네 미쿠가 세상에 등장했다
■ 처음엔 세일러복이었다
목소리는 만들어졌으니 얼굴이 필요해졌다. 크립톤은 인터넷에서 여러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찾아다녔고, 결국 일러스트레이터 케이(KEI)에게 캐릭터 디자인을 맡겼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우리가 아는 미쿠가 처음부터 나온 것은 아니다. 케이가 처음 제시한 미쿠는 풍성한 포니테일 머리 스타일에 세일러복을 입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지금의 하츠네 미쿠를 생각하면 꽤 재미있는 초기안이다.

클립톤에서 '하츠네 미쿠 if'를 통해 공개한 포니테일에 교복의 미쿠
하지만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원하던 크립톤의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이후 디자인을 다듬으면서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트윈테일이 생기고 검은색과 블루그린을 중심으로 한 의상, 전자적인 느낌이 강한 장식들도 추가됐다.
핵심은 단순했다. 미소녀지만 평범한 미소녀는 아니어야 했고, 사람 같으면서도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여야 했다. 미래에서 온 전자 가수라는 설정이 디자인만 봐도 느껴져야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푸른빛이 감도는 긴 트윈테일, 검은색과 블루그린의 강렬한 색 조합, 팔과 허리에 붙은 전자적인 장식. 19년이 지난 지금도 실루엣만 보면 알아볼 정도로 강력한 캐릭터가 탄생했다.

하츠네 미쿠 공식 의상 설정화. 출처=피아트로넷
■ 그런데 왜 음악 프로그램에 이렇게 열광했을까
2007년 8월 31일 하츠네 미쿠가 정식 발매됐다. 본질적으로는 컴퓨터에 멜로디와 가사를 입력하면 노래를 불러주는 음악 제작용 소프트웨어였다. 반응은 제작사인 크립톤도 예상하지 못할만큼 폭박적이었다
당시 음악 제작 프로그램은 수백 장만 팔려도 나쁘지 않은 성과로 평가받던 시장에서 12일만에 3000장을 넘기고 한 달만에 1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것. 15,000엔이 넘는 프로그램이 공전의 히트를 치며 불티나듯 팔려 나가며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다.

미쿠의 성유물인 2007년 첫 발매판 패키지. 제공=클립톤
사람 같으면서도 사람이 아닌, 미소녀지만 평범한 미소녀는 아니었던 기계음성 미소녀는 많은 예비 명곡 창작자들에게 밝고 청량한 목소리를 가진 푸른 트윈테일 미소녀이면서 자신의 창작 아이디어를 극한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보컬로이드가 됐다.
그들에게 미쿠는 '노래하는 기계'가 아닌 창작욕을 끌어올리는 '아름다운 촉매'가 됐다. 노래를 듣는 대중도 출력되고 있는 프로그램의 노래를 듣는게 아닌 '미쿠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다'고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 묘한 중독성의 음성은 이후 보컬로이드의 여왕으로 등극한다
이 묘한 중독성을 가진 음성이 이후 보컬로이드의 여왕으로 등극하게 된다.
■ 미쿠가 태어난 곳은 삿포로지만, 자란 곳은 니코니코동화였다
하지만 좋은 제품 하나만으로 19년짜리 문화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미쿠가 탄생한 2007년에는 이후 일본 인터넷계를 집어먹은 괴물 플랫폼 니코니코동화(Niconico Douga)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영상 위로 이용자의 댓글이 줄줄 흘러가는 독특한 플랫폼. 누군가 만든 영상을 다른 사람이 보고, 패러디하고, 따라 하고, 다시 만들어 올리는 문화가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마음대로 노래시킬 수 있는 가상 아이돌이 떨어졌다. 미쿠의 운이 하늘에 닿았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완벽한 궁합이다. 안 터질 수가 없었다.


니코니코동화와 미쿠의 궁합은 최고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유명한 노래를 미쿠에게 불려보는 영상들이 올라왔다. 그리고 이 곡들을 팬들이 직접 만든 캐릭터와 패러디가 더해진다. 핀란드 민요 '이에반 폴카'를 부르며 대파를 흔들며 노래하는 ‘하츄네 미쿠’는 지금도 미쿠를 대표하는 밈(meme)이 됐을 정도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미쿠에게 기존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미쿠를 위해 새로운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때 《미쿠미쿠하게 해줄게♪》 《멜트》, 《월드 이즈 마인》 같은 곡들이 등장했고, 수많은 무명 작곡가들이 자신의 음악을 미쿠에게 맡겼다.
작곡가가 노래를 만든다.
그걸 들은 사람이 그림을 그린다.
다른 사람이 영상을 만든다.
누군가는 그 노래를 직접 부른다.
또 다른 사람은 연주한다.
춤을 만든다.
리믹스를 한다.
그걸 들은 사람이 그림을 그린다.
다른 사람이 영상을 만든다.
누군가는 그 노래를 직접 부른다.
또 다른 사람은 연주한다.
춤을 만든다.
리믹스를 한다.
하나의 곡에서 새로운 창작물이 계속 튀어나왔다.
이 순간부터 하츠네 미쿠는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틀을 벗어나 시대를 관통하는 아이콘이자 문화로 성장하게 된다.
전설의 일명 '파돌리기 송'
■ '니들 맘대로 해봐'가 탄생시킨 무한한 성장
크립톤은 미쿠를 꽉 움켜쥐지 않았다. 오히려 팬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줬다.
크립톤은 음악, 그림, 영상, 춤 등 여러 파생으로 이어지던 미쿠 창작의 연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자유로운 창작을 위해 2차 창작 기준을 정해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크립톤의 방향은 "너희가 미쿠를 그렇게 좋아하니 좋아. 마음껏 만들어. 대신 서로 지킬 것은 지키면서 놀자.”라는 명확한 선을 제시한 것으로 요즘이야 게임사나 애니메이션 회사가 팬아트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것이 흔하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상당히 선진적인 접근이었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던 ‘설정의 빈칸’이 더해지며 시너지가 폭발했다. 미쿠의 성격에는 정답이 없다. 누군가의 노래에서는 밝고 명랑한 아이돌이다. 다른 곡에서는 이별에 울고, 어떤 작품에서는 차가운 전자생명체가 되며, 또 다른 작품에서는 세상의 끝을 노래한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미쿠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었다.


피아프로×스몰에스 공식 일러스트 공모전으로 재탄생한 미쿠
■ 변신과 진화를 통해 음악을 넘어 현실로... 세계로...
현실을 넘어 미쿠의 영역은 계속 넓어졌다. 게임이 만들어졌고, 피규어와 굿즈가 쏟아지고, 콘서트는 일본 밖으로 뻗어나갔다.
2009년 8월 31일. 미쿠의 2번 째 생일을 기념해 열린 '미쿠페스 09'에는 무대 위에서 미쿠가 노래하는 공연도 처음 등장했다. 이때 공개된 투과형 스크린을 이용한 오프라인 콘서트는 다른 프로듀서와 아티스트가 참여한 콘서트에 시범적 성격으로 공개됐음에도 폭발적 인기를 끌게됐다.
미쿠 콘서트의 가능성을 확인한 크립톤은 2010년부턴 '미쿠의 날 감사제'를 통해 미쿠 단독 콘서트를 개최, '미쿠 라이브 파티', '매지컬 미라이', '미쿠 엑스포 세계투어' 등 다양한 형태로 2026년 현재까지 대표 이벤트로 자리잡게 된다.

2026년 독일 하노버 Hanacon에서 열린 하츠네 미쿠 라이브 / 사진=Markbenecke

2024년 홋카이도대 축제에서 진행된 하츠네 미쿠 라이브 / 사진=MIKI Yoshihito
2007년 작은 컴퓨터 화면 속에서 노래하던 프로그램이 어느 순간 티켓을 팔고 세계를 돌아다니는 가수가 됐다. 더 재미있는 것은 언어의 장벽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음악이라는 장르는 가사를 전부 이해하지 못해도 멜로디만으로도 귀를 즐겁게 했다. 푸른 트윈테일의 소녀 캐릭터가 가진 매력은 전 세계 덕후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음악과 캐릭터성이 합쳐진 미쿠의 매력은 일본에서만 존재하긴 비좁았던 모양이다.
2011년 미국 LA에서 '미쿠노폴리스 인 로스엔젤레스'를 시작으로 홍콩, 대만 콘서트를 거쳐 2014년 세계 투어 목적인 '미쿠 엑스포(MIKU EXPO)'가 탄생했다. 미쿠 엑스포는 2026년 현재까지 전 세계 어디든 찾아가 그녀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중이다.

2026년 11월 열리는 미쿠 엑스포 유럽 대표 이미지.
게임도 미쿠의 인지도를 올리는데 한 몫 단단히 했다.
세가는 2009년 휴대용 게임기 PSP용 리듬게임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Hatsune Miku: Project DIVA)》를 출시했다. 미쿠의 음악을 이용한 리듬 게임은 출시 당시 상당히 높은 인기와 준수한 판매를 기록하며 이후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로 정작하게 된다.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는 인기를 바탕으로 플레이스테이션, PC, 아케이드, 비타(Vita), 스위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플랫폼으로 뻗어나가며 미쿠의 음악이 여러 게이머들에게 전파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또, 미쿠하면 각종 게임과 컬래버레이션을 빼놓을 수 없다. 미쿠는 모바일 게임들과 다양한 협업을 한 것으로 유명한데 한때 '미쿠 콜라보를 하지 않은 게임을 찾는게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게임들에 미쿠가 등장했다.
기자가 찾아 본 협업 첫 사례는 무려 2007년 12월 '낚시 파라다이스(釣りパラダイス!)'라는 게임이다. 미쿠 정식 발표로부터 불과 넉 달도 안돼 첫 협업 사례가 나온 것. 게임 배경이 미쿠 테마로 바뀌고, 미쿠 아바타와 대파 낚싯대까지 등장해 시작부터 협업의 정석을 보여준다.

첫 컬래버레이션으로 알려진 낚시 파라다이스. 무려 탄생 넉 달만이다. 출처: 잼스탠다드 홈페이지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대(大) 미쿠 컬래버레이션> 시대가 열린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미쿠와 한 번도 협업하지 않은 모바일 게임을 찾는 게 더 어렵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인기 좀 있다는 모든 모바일 게임은 미쿠가 등장하기에 이른다.
퍼즐앤드래곤, 아이돌마스터, 슈퍼로봇대전, 몬스터헌터, 페르소나, 뿌요뿌요, 포트나이트, 소닉 레이싱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IP에 미쿠가 침투했고, 그 인기 역시 상당했다.

2025년 《포트나이트 페스티벌》 시즌 7에 등장한 하츠네 미쿠 / 자료=에픽게임즈

《페르소나 4 댄싱 올 나이트》에 게스트 캐릭터로 등장한 하츠네 미쿠. 자료=아틀라스

블루아카이브와 진행한 협업
미쿠의 매력적인 캐릭터성은 2차 창작과 피규어 시장을 폭발했다.
푸른빛 머리와 트윈테일, 미래지향적 복장까지 워낙 독특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다 보니 몇가지 특징만 남아있어도 팬들은 단숨에 '미쿠'임을 알아본다. 여기에 크립톤의 '네 맘대로 해봐~'라는 2차 창작 권장 정책이 맞물리자 다양한 미쿠가 탄생하는 씨앗이 된다.
겨울이면 유키 미쿠가 된다. 봄이면 사쿠라 미쿠가 등장한다. 레이싱 서킷에서는 레이싱 미쿠가 된다. 할로윈엔 할로윈 미쿠가 된다. 콘서트가 열리면 그해 콘셉트에 맞춘 새로운 의상을 입는다. 유명 작가와 협업하면 그 작가의 그림체를 입는다. 포켓몬과 만나면 포켓몬 세계의 미쿠가 된다.
2026년 최근에는 월드컵을 통해 각 국가를 대표하는 미쿠가 등장하며 또 다시 세계인에게 각인되는 밈이 되버렸다. 그야말로 불멸의 IP라 불릴만 하다.

출처: 크립톤 퓨처 미디어

출처: 이디스(EDITH) / 크립톤 퓨처 미디어

출처: 아ンサー / GOODSMILE RACING
인기가 높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피규어 시장이 놓칠리 없다.
미쿠는 출시 초반부터 많은 피규어 제작사의 러브콜을 받았고 이내 수많은 피규어가 탄생했다. 현재에 이르러선 그 수를 세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많다. 회사, 스케일, 테마, 스타일을 막론하고 모든 종류에 미쿠가 있다. 그만한 인기와 판매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인기에 힘입어 유키미쿠, 사쿠라미쿠 같이 2차 창작으로 탄생한 다양한 미쿠마저 피규어로 탄생한다. 급기야 피규어 제작만을 위한 오리지널 미쿠가 탄생하기까지 하면서 무한에 가까운 확장을 보여준다. 이제 미쿠는 피규어 시장에서 원피스와 함께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수준으로 쏟아지는 대표적인 IP가 됐다.
이렇게 끝없이 확장한 미쿠는 이제 전 세계인들이 아는 캐릭터가, 아니 하나의 아이콘이 됐다. 초기 음악 제작 프로그램에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입히면 어떨까? 라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캐릭터가 세계인이 아는 아이콘이 되기까지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인기는 1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미쿠는 무한히 증식 중이다
■ 19년째 인기 독점, 온 세상이 미쿠다
19년 동안 세상은 엄청나게 변했다.
미쿠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컴퓨터가 노래를 부른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훨씬 더 쉬운 방법으로 더 높은 퀄리티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AI 시대로 들어오면서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이 흥얼거리기만 해도, 적당한 콘셉트만 잡아줘도 고퀄리티의 노래를 만들어지고 그 노래를 사람과 구분하기 힘든 목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하다.
전자 가수가 미쿠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보컬로이드 캐릭터가 등장했고, 새로운 음성합성 캐릭터도 계속 태어났다. 후발주자가 그렇듯 모두 미쿠보다 좋은 시스템과 비주얼을 갖춘 캐릭터들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나온 모든 캐릭터 인기를 다 합친다해도 미쿠의 그것과 비교하는 것이 무색한 수준이다.
그렇게 미쿠는 아직 살아 있다. 오늘날 하츠네 미쿠의 경쟁력은 더 이상 ‘사람처럼 얼마나 잘 노래하는가’가 아니다. 19년 동안 만들어진 노래가, 수많은 콘서트가, 게임이, 컬래버레이션이, 파생 캐릭터가... 미쿠라는 캐릭터를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미쿠는 완성된 콘텐츠를 팬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아이돌이 아니다. 팬에게 “너도 한번 만들어봐.” 라고 말하는 음악 제작 툴이며, "내 콘서트를 들어봐" 라고 말하는 인기 아이돌이며, "내가 나온 피규어와 게임들을 즐겨봐" 라고 말하는 문화 생산자이기도 하다.
19살이 된 영원한 16세 미쿠.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며 그녀를 표현하는 한 단어로 이 글을 마친다.
<온 세상이 미쿠다>
※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사실관계 확인 책임은 기고 당사자에게 있으며,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 [gamechosun.co.kr]
글 [엉클덕 sakiel601@naver.com] [duckhu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