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릭터를 직접 당겨 적에게 쏜다. 충돌한 캐릭터와 적이 다시 튕겨 나가고, 한 번의 선택이 연쇄적인 공격으로 이어진다.
인디게임 개발사 '아이보리핸드'가 개발 중인 신작 '무루보로스(Muroboros)'는 익숙한 로그라이트 구조에 이처럼 독특한 바운슬링 액션을 결합한 작품이다. 강렬한 캐릭터 일러스트와 세밀한 도트 그래픽을 오가는 비주얼까지 더해져 첫인상부터 상당히 선명하다.
'무루보로스'는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스토리 중심의 로그라이트 게임이다. 개발진은 신선하면서도 직관적인 조작 방식과 시원한 연출을 결합해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주인공 '무루'가 있다. 가까운 과거 세상을 뒤엎으려던 악신이 여신과 그 일행에게 패배하고, 시간이 흐른 뒤 복수를 다짐한 악신은 당시 여신의 일행 가운데 한 명이었던 무루를 새로운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악신과 만난 무루가 예상과 달리 그의 편에 서기로 선택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게임이 내세우는 표현 역시 범상치 않다. 신의 힘을 얻은 무루가 되어 '평화로운 세계에 광기를 선사한다'는 것이 핵심 콘셉트다. 선과 악의 전형적인 구도보다는 악신과 손을 잡은 무루가 세계를 휘젓는 과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아이보리핸드는 이러한 '무루보로스'를 지난 8월 29일과 30일 양일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일러스타 페스13'에서 직접 선보였다. 행사 내 게임 체험 공간인 '일러스타 플레이+'에 공식 부스를 마련하고, 현장을 찾은 관람객이 실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시연대를 운영했다.
일러스타 페스는 일러스트와 동인 창작을 중심으로 코스프레와 게임 등 다양한 서브컬처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행사다. 개인 창작자들의 서클 부스와 기업 부스, 무대 프로그램 등이 함께 운영되며, 게임 개발사들이 관람객에게 직접 작품을 소개하고 시연하는 자리도 마련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아이보리핸드의 부스는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무루'라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붉은색과 검은색을 중심으로 구성된 대형 무루 일러스트가 부스 벽면을 채웠으며, 바로 앞에 PC 시연대를 배치해 게임의 핵심 시스템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개발팀이 '무루보로스'를 설계하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아이보리핸드는 게임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를 '비주얼', '무루', '바운슬링 액션' 세 가지로 정의한다. 특히 수많은 작품이 기억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사건이나 세계관보다 캐릭터라는 판단 아래, 서사와 연출을 비롯한 게임의 여러 요소가 메인 캐릭터 무루를 중심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무루보로스'를 다른 로그라이트 게임과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은 개발진이 '바운슬링'이라고 이름 붙인 전투 시스템이다. 바운슬링은 '당겨서 놓는(Sling)' 조작과 '부딪히며 튕기는(Bounce)' 움직임을 결합한 표현이다. 플레이어는 새총을 당기듯 무루의 이동 방향과 각도를 정한 뒤 발사하고, 무루와 충돌한 적이나 대상이 다시 튕겨 나가면서 연쇄적인 상황을 만들어낸다.
기본 조작은 단순하다. 하지만 전투가 진행될수록 어느 적을 먼저 공격할지, 어떤 각도로 무루를 날려 보낼지, 충돌 이후 캐릭터와 적이 어디로 이동할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현장에서 확인한 전투 화면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전투가 시작되면 필드 위에 격자가 펼쳐지고, 무루에서 목표를 향해 궤적이 표시된다. 플레이어가 공격을 실행하면 무루가 빠른 속도로 필드를 가로지르며 적과 충돌하고, 여러 공격 효과와 피해 수치가 연쇄적으로 화면을 채운다.
단순히 적 하나를 지정해 공격하는 것과 달리 '처음 어느 방향으로 쏘느냐'가 이후 상황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적의 배치가 복잡해질수록 한 번의 행동으로 여러 대상을 연결하는 각도를 찾는 과정 자체가 퍼즐처럼 작동한다.

개발진 역시 바운슬링을 '쉽게 배우지만 숙달하기 어려운' 구조로 설명한다. 조작 자체는 직관적이지만 누구를 어떤 각도로 맞힐 것인지에 따라 전투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고, 선택 이후 상황 역시 완전히 예측하기 어렵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로그라이트와 덱 빌딩 요소가 더해진다. 아이보리핸드는 바운슬링이라는 새로운 액션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존 장르들이 오랜 시간 발전시키며 축적해온 재미의 구조를 분석해 이를 게임 안에 결합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한다.
그 가운데 특히 덱 빌딩과 로그라이트의 특징이 바운슬링의 플레이 구조와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두 장르의 선택과 성장 요소를 전투에 자연스럽게 결합하면서 바운슬링 자체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플레이에 깊이를 더하는 방식이다.
게임 소개에서도 '시간을 되돌리는 권능으로 실패를 거절하고, 최상의 가능성을 설계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매번 달라지는 상황 속에서 능력과 선택지를 조합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로그라이트 특유의 플레이가 바운슬링 전투와 맞물리는 형태다.
특이한 점은 게임 시스템을 캐릭터 설정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무루보로스의 전투는 플레이어와 적의 행동이 구분되는 턴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개발진은 이를 단순한 게임적 허용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무루가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인다'는 설정을 부여해, 무루가 움직이는 동안에는 적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무루가 멈춘 뒤에야 공격을 이어간다는 식으로 전투 시스템 자체에 세계관적 개연성을 부여했다.
바운슬링 못지않게 '무루보로스'를 눈에 띄게 만드는 요소는 비주얼이다.

실제 플레이에서는 숲과 마을 등을 세밀한 픽셀 그래픽으로 표현하지만 캐릭터가 등장하는 순간에는 화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고해상도 2D 일러스트가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픽셀 캐릭터가 움직이던 화면 위로 커다란 캐릭터 컷인이 등장하는 방식이다.
붉은색과 검은색을 강하게 활용한 그래픽 디자인과 과장된 타이포그래피도 특징이다. 공격과 스킬 효과가 겹치기 시작하면 도트 그래픽과 광선, 캐릭터 컷인, 피해 수치가 동시에 화면을 채우며 게임이 내세우는 '시원한 연출'을 강조한다.
이는 개발팀이 의도적으로 힘을 쏟고 있는 부분이다. 아이보리핸드는 팀 인력의 절반을 아트 작업에 할애하고 있으며, 여러 게임사의 일러스트 제작 과정을 참고해 자체적인 제작 프로세스를 구축했다고 설명한다.

도트 그래픽 역시 내부 인력이 직접 작업한다. 단순히 외부에서 제작한 리소스를 게임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팀원이 필요한 해상도와 표현 방식에 맞춰 도트를 설계하며, 이를 통해 전체 게임과 어우러지는 비주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같은 방향성은 일러스트와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일러스타 페스라는 행사와도 잘 맞는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먼저 대형 일러스트 속 무루가 관람객의 시선을 끌고, 시연대에 앉으면 같은 캐릭터가 작은 도트 캐릭터가 되어 필드를 빠르게 튕겨 다닌다. 여기에 대화와 전투 연출에서는 다시 대형 일러스트가 등장한다. 개발진이 강조한 '모든 것의 중심에는 캐릭터가 있게'라는 방향성을 부스 디자인부터 실제 플레이까지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무루보로스'는 스팀 페이지를 공개하고 정식 출시를 준비 중이다.
로그라이트와 덱 빌딩이라는 익숙한 구조 위에 캐릭터 자체를 새총처럼 '쏘고 튕긴다'는 새로운 전투 방식을 더하고, 여기에 눈에 띄는 캐릭터와 도트 그래픽을 결합한 '무루보로스'. 이번 일러스타 페스13 출품은 아이보리핸드가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게임의 색깔을 관람객에게 직접 보여준 자리였다.
아직 개발 단계의 작품이지만 한 장의 스크린샷만으로도 무엇인가 다른 게임이라는 인상을 남기는 비주얼, 그리고 실제로 플레이했을 때 그 차이를 설명해주는 바운슬링 액션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분명한 개성을 드러낸다. 이제 관건은 이 독특한 첫인상이 로그라이트의 반복 플레이 속에서도 얼마나 깊고 변화무쌍한 재미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홍이표 기자 siriused@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