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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컴의 독일은 어떻게 유럽 최고의 '덕국'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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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쇼 ‘게임스컴’이 열리는 독일 쾰른. 
 
올해 행사장에도 일본은 물론 한국과 중국에서 건너온 수많은 서브컬처 게임이 자리를 잡았다. 생각해보면 조금 묘한 풍경이다.
북미와 유럽은 동아시아에 비하면 애니메이션·만화·캐릭터 게임을 중심으로 한 서브컬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서브컬처의 시작지가 일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독일은 프랑스와 함께 오래전부터 이 문화가 꽤 깊게 뿌리내린 나라로 꼽힌다.
 
프랑스 역시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넘어 폭넓은 팬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만화 시장만 유독 거대하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독일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게임, 코스프레, 동인 창작, 일본 음악과 패션까지 여러 갈래의 문화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엉켜 성장한 모습이 눈에 띈다. 
 
게임스컴의 독일은 어떻게 유럽 최고의 '덕국'이 되었나?
 
 
 
유럽 한복판의 독일은 어쩌다 이토록 훌륭한 ‘덕국’이 된 걸까?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면 의외로 TV가 나온다. 독일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은 1970년대부터 방영됐지만 여느 북미/유럽 시장이 그랬듯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그러다 Tele 5 채널과 이를 인수한 RTL2 채널이 ‘세일러문’, 이후 ‘드래곤볼’과 ‘포켓몬’ 등 초인기 애니메이션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독일 덕후 1세대가 탄생했다.
 
RTL2는 1999년 여러 애니메이션을 묶은 ‘문 툰 존’ 같은 전용 편성까지 마련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그저 수많은 ‘어린이 만화영화’ 가운데 하나로 보는 데서 벗어나, ‘애니메이션’이라는 별도의 문화를 의식적으로 찾아보는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당시 RTL2 방송사 로고. 출처: RTL2 공식 홈페이지
 
 
 
 

재미있는 것은 이 시기에 만화 시장도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는 점이다. 독일의 대형 출판사 카를센은 1991년 ‘아키라’를 독일에 출간했고, 1997년에는 ‘드래곤볼’을 일본과 같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방식으로 출간했다.
 
당시에는 책이 거꾸로 인쇄됐다며 반품하는 서점까지 있을정도로 혼란이 있었지만 결국 ‘드래곤볼’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이렇게 독일의 일본만화는 일찌감치 일본식 만화 출간방식까지 자리잡게 된다. 청소년과 어린이들은 TV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원작을 서점에서 쉽게 찾는 길이 열린 셈이다.
 
독일에서 일본과 일본만화는 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출처: Düsseldorf Tourismus GmbH
 
 
여기에는 독일 출판 시장의 특징도 한몫했다. 프랑스·벨기에같이 강력한 자국 만화 시장이 없던 독일 만화 시장은 오래전부터 미국과 프랑스·벨기에 등 해외 작품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일본 만화 역시 처음에는 또 하나의 수입 문화였지만, 1990년대의 TV 붐과 맞물리면서 빠르게 독립된 영역을 만들 수 있었다. 처음부터 ‘일본 것이라 낯선 문화’였다기보다 이미 다양한 해외 대중문화를 받아들이던 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들어온 셈이다.
 
여기에 독일만의 독특한 조건 하나가 더해진다. 바로 뒤셀도르프다. 1950년대 일본이 전후 산업 재건에 필요한 기계와 중공업 기술을 찾으면서 루르 공업지대의 관문인 뒤셀도르프에 일본 기업과 상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덕후 문화가 빠르게 퍼지는데 일조한 도시, 뒤셀도르프
 
 
현재는 8천 명이 넘는 일본인이 거주하고 광역권에 수백 개의 일본 기업이 자리 잡을 정도로 거대한 일본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 뒤셀도르프 도시 내 이머만슈트라세(Immermannstraße) 지역을 중심으로 일본 식당과 식료품점, 서점과 문화시설이 모여 있는 ‘리틀 도쿄’가 탄생한 것이다.
 
리틀 도쿄 내 일본어 표지판. 출처 : Landeshauptstadt Düsseldorf/David Young
 
일본 문화가 뿌리깊게 내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Düsseldorf Tourismus GmbH
 

즉 독일에서 일본 문화는 화면과 책 안에만 존재하지 않았다. 실제 도시 안에서 먹고, 사고, 보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생활문화로 존재했다. 뒤셀도르프에서는 2002년부터 대규모 ‘일본의 날’까지 열리고 있다. 이 도시가 독일 전체의 서브컬처 문화를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팬덤이 현실에서 일본 문화를 접하고 모일 수 있는 거대한 거점 역할을 해온 것은 분명하다.
 
출처 : Düsseldorf Tourismus GmbH
 
 
그렇게 쌓인 팬덤은 오프라인 행사로 폭발했다. 1999년 만하임의 로젠가르텐에서 시작된 ‘애니매직’은 애니메이션과 만화, 일본 음악, 게임, 코스프레를 함께 다루는 종합 행사로 자리 잡으며 매년 여름 독일 덕후 양산에 이바지했다.
 
그리고 뒤셀도르프의 ‘도코미’는 독일이 왜 ‘덕국’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한지 숫자로 보여준다. 도코미는 일본의 코믹마켓을 오마주한 행사로 2009년 1,800여 명으로 시작한 행사는 2026년 23만5천 명 이상이 찾는 초대형 행사로 성장했다. 
 
이렇게 독일 서브컬처는 급속도로 발전했다.콘텐츠를 보고 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팬들이 코스프레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동인 상품을 만들고, 게임 대회를 열고, 팬 모임과 행사를 직접 만든다.
 
도코미 역시 아티스트와 코스프레, 패션, 게임 커뮤니티 등 팬이 직접 참여하는 영역을 행사 중심에 둔다. 소비자가 다시 창작자와 행사 참여자가 되는 구조다. 인기 작품 하나가 끝나도 다른 작품과 장르로 팬덤이 이동하면서 문화 자체는 남을 수 있는 이유다.
 
출처 :   DoKomi / AkibaDreams GmbH
 
 
출처 :   DoKomi / AkibaDreams GmbH
 
 
출처 :   DoKomi / AkibaDreams GmbH
 

마지막 퍼즐은 게임이다. 독일은 2025년 기준 약 94억 유로 규모의 게임 시장을 기록한 유럽 최대 게임 시장이자 세계 5위권 시장이다. 여기에 매년 쾰른에서는 세계 최대급 게임쇼 게임스컴이 열린다.
 
이미 애니메이션과 만화, 코스프레에 익숙한 팬층과 거대한 게임 소비 시장이 한 나라 안에 존재하니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일본·한국·중국 게임이 파고들 공간 역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그래서 최근 게임스컴에서 서브컬처 게임의 존재감이 커진 것을 단순히 ‘요즘 서브컬처 장르가 잘나가서’가 아니다. 1990년대부터 TV와 만화를 접한 세대가 뒤셀도르프의 리틀 도쿄같이 일본과 친숙한 환경에 노출됐고 게임스컴이라는 세계 최대급 게임쇼까지 겹치면서 거대한 순환 구조가 완성됐다.
 
 
 
2013년 게임스컴의 모습. 독일은 옛날부터 덕심이 넘치는 나라였다.
 
 
독일은 일본처럼 서브컬처의 본고장도 아니고, 프랑스처럼 일본 만화 시장의 압도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나라도 아니다. 대신 애니메이션부터 만화, 게임, 코스프레, 창작과 행사까지 여러 장르가 서로 발을 걸치며 함께 커졌다. 그리고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독일이 ‘유럽의 덕국’이 된 데에는 하나의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TV, 출판, 일본 커뮤니티, 팬 행사, 그리고 게임 시장이 30여 년 동안 차례로 바통을 넘겨받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게임스컴을 가득 채운 캐릭터와 코스플레이어, 수많은 서브컬처 게임들이다.
 
독일은 어느 날 갑자기 덕후가 된 것이 아니다. 30년에 걸쳐 아주 성실하게 덕후가 되어버린 나라다. 
 
아주 바람직한 국가다!!!
 
 
 
 
 
한국도 게임스컴을 통해 덕국을 노린 꾸준히 문화침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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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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