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이 개발 중인 좀비 생존 익스트랙션 게임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가 8월 개발자 토크를 공개하고, 클로즈 알파 테스트(CAT) 이후 진행 중인 대규모 시스템 개편과 신규 콘텐츠의 방향성을 소개했다.
이번 데브톡은 지난 6월 공개된 편의성 중심의 개선 사항보다 한층 깊은 내용을 담았다. 박스와 로프 다트 등 기존 스킬 밸런스 조정부터 캐릭터 능력치의 스탯화, 그리고 CAT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성향 시스템’과 ‘조건부 퀘스트 시스템’까지 정식 서비스 이후 ‘낙원’의 장기적인 플레이 구조를 좌우할 핵심 요소들이 대거 공개됐다.
개발진은 이번 데브톡을 크게 ‘CAT에 존재했지만 개편되는 요소’와 ‘CAT에는 없었지만 새롭게 추가되는 요소’로 구분했다. 특히 후자의 경우 단순히 콘텐츠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마다 서로 다른 목적과 이해관계를 부여해 매 탐사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발진은 “출시 직후 최소 한 달 동안은 어떤 하드코어 이용자라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이후에도 신규 콘텐츠와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겠다는 방향성을 밝혔다.
먼저 CAT 당시 강력한 성능으로 화제가 됐던 ‘박스 스킬’이 대대적으로 조정된다. 기존 박스 스킬은 감염자가 바로 옆에 있어도 좀처럼 발각되지 않은 채 이동할 수 있어, 개발진이 의도한 수준보다 지나치게 안정적인 파밍 수단으로 작동했다. 다만 며칠에 불과한 테스트 기간 동안 해당 스킬 하나를 조정하기 위해 장시간 서버 점검을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당시에는 그대로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개편 이후에는 기존의 높은 파밍 잠재력은 유지하되 조작 난도와 위험성을 높인다. 개발진은 이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비유했다. 감염자가 바라보지 않는 순간을 잘 포착해 움직인다면 여전히 안전한 파밍이 가능하지만, 주변 상황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움직일 경우 쉽게 발각된다.
박스 상태에서 이동하면 스태미나가 소모되고 이동 속도 역시 기존보다 느려진다. 대신 박스를 뒤집어쓴 상태에서도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태블릿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신규 특성을 추가해 숙련된 이용자에게는 활용 범위를 오히려 넓혔다.
로프 다트와 소나 센스 등 다른 액티브 스킬도 여러 차례 밸런스 조정을 거치고 있다.

개발진은 강력한 스킬을 계속 하향하는 방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한 스킬을 강화하는 ‘상향 평준화’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모든 스킬에 명확한 강점을 부여해 탐사에 나설 때마다 어떤 스킬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과정 자체를 재미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캐릭터 능력치 구조 역시 보다 직관적으로 개편된다. ‘낙원’은 당초 세밀한 장비 세팅과 성장의 경우의 수를 만들기 위해 캐릭터 능력치를 매우 상세하게 구분했다. 가령 ‘달리기’ 하나만 해도 달리기 속도와 가속도, 앉아서 달리기 속도와 가속도, 뒤로 달리기 속도와 가속도, 달리기 노이즈 등 다수의 세부 능력치로 나뉘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실제 장비 옵션에 적용될 경우 지나치게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다른 RPG라면 ‘민첩 +4’ 한 줄이면 끝날 내용을 ‘낙원’에서는 연관된 세부 능력치를 여러 줄로 나열해야 했다.

이에 CAT 이후 일반적인 RPG에서 사용하는 스탯 체계를 새롭게 도입했다. 신규 스탯은 ▲근력 ▲건강 ▲민첩 ▲손재주 ▲은밀함 ▲인내 등 총 6종으로 구분되며, 각 스탯이 상승하거나 감소하면 이에 연결된 세부 능력치가 함께 변화한다.
기존처럼 특정 세부 능력치를 장비 옵션에 직접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본적인 장비는 6개 스탯 중심으로 이해하기 쉽게 구성하되, 필요할 경우 기존의 세밀한 능력치를 섞는 하이브리드 구조다. 이를 통해 장비 옵션의 가독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의 세밀한 세팅과 조합의 재미는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데브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신규 시스템은 ‘성향’이다.
CAT에서 이용자가 관리해야 했던 기본 요소는 포만감과 정신력이었다. 개발진은 이를 ‘생존 컨디션’이라고 정의했다. 낙원에 처음 정착한 플레이어는 두 수치를 유지하기 위해 자원을 파밍하고, 더 좋은 생활 기반을 확보하면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원이 축적되고 생존이 안정되면 포만감과 정신력을 유지하는 일은 더 이상 큰 목표가 되기 어렵다.
개발진은 여기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뒤에는 무엇을 목표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답으로 추가되는 것이 ‘성향’, 개발진이 표현한 또 하나의 ‘소셜 컨디션’이다. 성향은 서로 대립하는 ▲질서-혼돈 ▲선-악 두 축으로 구성되며, 조합에 따라 ‘질서 선’, ‘질서 악’, ‘혼돈 선’, ‘혼돈 악’ 네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중요한 점은 성향이 캐릭터 생성 시 고르는 고정적인 속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탐사 중 누구를 죽이고 누구를 살렸는지, 생활 이벤트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어떤 퀘스트를 주로 수행했는지 등 플레이어가 낙원에서 내리는 선택에 따라 성향이 실시간으로 변화한다.
결국 성향은 “이 이용자가 낙원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인가”를 수치로 보여주는 시스템인 셈이다.
성향은 단순히 캐릭터의 성격을 표시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도시에는 네 가지 성향을 대표하는 세력 NPC가 존재하며, 플레이어의 성향에 맞는 NPC가 해금돼 보다 높은 단계의 전용 퀘스트를 제공한다.
가령 다른 플레이어를 자주 죽이며 악 성향이 높아진 이용자에게는 ‘플레이어 N명 제거’, ‘박스 스킬을 사용하는 플레이어 N명 제거’, ‘플레이어 시체를 들고 100m 이상 이동’과 같은 목표가 주어질 수 있다.
성향이 다른 이용자 간의 갈등을 직접 유도하는 임무도 존재한다. 선 성향 이용자에게는 악 성향 플레이어를 처치하는 임무가, 악 성향 이용자에게는 반대로 선 성향 이용자를 처치하는 임무가 주어질 수 있다.
질서 선의 경우 성향에 관계없이 다른 이용자를 구조하거나 회복시키는 임무가, 혼돈 악에는 다른 이용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누적 피해를 입히는 식의 목표도 고려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상대방의 성향을 처음부터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어떤 성향인지는 말과 행동을 관찰해 추측하거나 직접 전투를 벌인 뒤 퀘스트 달성 여부를 통해 간접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탐사에서 만난 생존자가 협력할 대상인지, 경계해야 할 대상인지 즉시 알 수 없는 ‘낙원’ 특유의 인간관계에 성향이라는 또 하나의 변수를 더하는 셈이다.
성향과 함께 새롭게 도입되는 ‘조건부 퀘스트 시스템’ 역시 플레이어 간 이해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장치다.
CAT에서는 대부분의 이용자가 비슷한 퀘스트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상태로 탐사에 참가했다. 이에 정식 버전에서는 퀘스트마다 시간 제한과 담보, 실패 조건 등을 부여해 같은 탐사에 참가하더라도 각자가 짊어진 위험의 크기를 다르게 만들 예정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 5번의 탐사 동안 3번 이상 생존해서 탈출하기’나 ‘앞으로 2번의 탐사 동안 악 성향 플레이어 2명 이상 처치하기’와 같은 시간 제한형 퀘스트가 등장할 수 있다.
자신의 자산을 직접 거는 내기 형태도 있다. 보유 장비를 담보로 다음 탐사에서 일정 인원 이상을 처치할 경우 같은 등급의 장비를 추가로 돌려받거나, 보유 자산의 50%를 걸고 3번의 탐사 동안 500만 원을 확보하면 담보의 두 배를 받는 방식이다.
반대로 실패하면 큰 대가를 치르는 임무도 존재한다. ‘다음 탐사에서 1명 이상 처치하고 살아서 탈출해야 하며 실패하면 100만 원의 벌금’, ‘한 번의 탐사에서 500만 원 이상을 파밍해야 하며 중도 포기하면 50만 원을 지불’하는 식이다.
결국 한 이용자에게는 가볍게 즐기는 한 판의 탐사가, 다른 이용자에게는 자신의 전 재산이나 고가 장비가 걸린 절박한 승부가 될 수도 있다.
개발진은 이처럼 참가자마다 서로 다른 목적과 위험을 짊어지게 만들고, 여기에 성향까지 결합하면 CAT보다 훨씬 다양한 협력과 배신, 대립 상황이 자연스럽게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데브톡에서는 아직 자세히 공개되지 않은 신규 콘텐츠도 대거 언급됐다.
개발진은 현재 별도의 PvE 모드를 비롯해 배틀패스, 완전히 새로운 특수 감염자, 아직 공개되지 않은 네 번째 맵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현재 단계에서 공개하기 어려운 주요 시스템들이 추가로 제작되고 있다.
이처럼 8월 데브톡의 핵심은 단순히 CAT의 부족했던 부분을 고치는 데 있지 않다. ‘낙원’ 개발진은 테스트를 통해 확인된 문제를 수정하는 동시에, 정식 서비스에서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빠르게 소진하더라도 게임 자체의 상황이 반복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데 더욱 큰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개발진은 과거 MMORPG를 운영하며 “이용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속도는 개발자가 콘텐츠를 만드는 속도를 항상 앞선다”는 사실을 경험했다며, 단순히 퀘스트와 등급을 많이 넣는 방식만으로 장기 플레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낙원’이 선택한 해법은 콘텐츠의 ‘양’보다 플레이어끼리 서로 다른 사정과 목적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는 선 성향 퀘스트 때문에 다른 생존자를 살려야 하고, 누군가는 악 성향 임무 때문에 그를 죽여야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전 재산을 걸고 반드시 이번 탐사에서 살아 돌아가야 한다. 서로의 목적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개발자가 직접 각본을 짜지 않아도 매번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구조다.
앞서 ‘낙원의 상인들’을 통해 각자의 사연을 지닌 NPC와 사회 구조를 조명했던 ‘낙원’은 이번에는 플레이어 자신에게도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선택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서울이라는 익숙한 도시를 배경으로 살아남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안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누구와 협력하며 무엇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까지 게임 플레이의 일부로 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CAT 이후 편의성과 밸런스 개선을 넘어 게임의 장기적인 플레이 구조까지 본격적으로 손보기 시작한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가 성향과 조건부 퀘스트라는 새로운 변수들을 통해 얼마나 예측하기 어려운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이표 기자 siriused@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