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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회장 '리오'부터 만두 머리를 포기한 '토모에'까지… '블루 아카이브' 공식 아트북 3·4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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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회장 '리오'부터 만두 머리를 포기한 '토모에'까지… '블루 아카이브' 공식 아트북 3·4권 리뷰
 
최근 코믹마켓 C108 취재를 위해 일본을 찾으면서 개인적으로 꼭 챙겨오고 싶었던 물건이 있었다. 바로 '블루 아카이브 오피셜 아트웍스' 3권과 4권이다.

특히 4권은 지난 8월 4일 일본에서 막 발매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여기에 일본에서는 이미 지난해 발매됐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정식 출간되지 않은 3권까지 함께 구해오면서 본의 아니게 캐리어 무게를 희생해 키보토스의 약 2년을 통째로 들고 돌아오게 됐다.

두 권의 역할은 명확하게 나뉜다. 3권은 일본 서비스 기준 2주년부터 3주년까지의 기록을 정리한 총집편이자 제작 비화집, 4권은 그 뒤를 이어 3주년부터 4주년까지 등장한 최신 캐릭터와 이벤트, 메인 스토리의 비주얼 및 설정 자료를 묶은 후속권이다.

따라서 단순히 예쁜 일러스트를 큰 책으로 다시 보는 것만 기대한다면 절반만 즐기는 셈이며 '오피셜 아트웍스'의 진짜 재미는 우리가 게임에서 최종적으로 만난 학생들이 처음부터 지금 모습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있다.
 


■ 예쁜 그림만 모아놓은 책? 오히려 '만들어지는 과정'이 본체
 

두 책의 기본적인 구성은 비슷하다. 캐릭터 프로필에서는 학생의 전신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SD 캐릭터의 앞·뒤 모습, 헤일로, 총기와 각종 소품 등을 한 화면에 정리해 보여준다. 캐릭터 디자인을 세세하게 뜯어보거나 팬아트와 코스프레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게임 화면보다 훨씬 편리한 자료집이다.

4권의 경우 시로코*테러를 시작으로 세이아와 리오, 교복 아스나와 카린 등 3주년에서 4주년 사이 플레이어블로 실장되거나 모습을 드러내면서 새로 인질을 잡은 학생들의 정보가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다.

특히 캐릭터 하나를 단순히 전신 일러스트 한 장으로 끝내지 않고 총기나 휴대품, 헤일로의 세부 형태까지 따로 분리해 보여주는 것이 좋았다. 평소에는 캐릭터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거나 SD 모델에서만 슬쩍 지나가는 요소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것이 블루 아카이브 아트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모리얼 로비다. 우리가 좋아하고 아끼는 학생들의 메모리얼 로비 일러스트를 넓은 판형으로 감상할 수 있고, 일부 학생은 제작 과정에서 검토됐던 다른 구도나 러프까지 함께 실려 있다.

특히 실제 게임에서는 최종적으로 채택된 한 장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의 가치가 생각보다 크다. 가령 캐릭터를 좀 더 가까이 당겼거나 시선을 다른 곳에 두는 구도, 공간을 바라보는 방향 자체가 다른 러프 등을 살펴보면 같은 상황이라도 무엇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완성된 메모리얼 로비의 인상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과물을 감상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왜 지금의 장면이 선택됐는가'를 역으로 추적하는 재미가 생기는 셈이다.
 

■ 원래는 검은 정장이 아니었다고? 폐기안을 보는 재미
 

개인적으로 두 권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먹은 부분은 역시 콘셉트 디자인 시안이었다. 블루 아카이브를 오래 플레이했다면 학생의 현재 디자인은 너무 익숙해서 다른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개발 과정에서는 우리가 아는 모습과 상당히 다른 후보들이 오갔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밀레니엄의 '빅 시스터'가 흰색 정장을 입은 백회장 리오다. 지금의 리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차갑고 무거운 디자인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콘셉트 디자인 단계에서는 지금과 정반대에 가까운 백색 정장 버전도 검토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색 하나만 바뀌었을 뿐인데 분위기는 놀랄 정도로 달라진다. 현재 디자인이 통제와 비밀, 밀레니엄의 그림자를 짊어진 인물이라는 느낌을 준다면 흰색 계열의 리오는 훨씬 정돈되고 표면적으로 모범적인 학생회장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최종적으로 검은색이 선택된 이유를 장문의 설명으로 듣지 않더라도 두 디자인을 나란히 보는 것만으로 제작진이 어떤 방향의 리오를 원했는지 어느 정도 납득하게 된다.
 

더 충격적인(?) 후보도 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드릴·롤빵머리 스타일의 '키사키' 문주, 그리고 치파오를 입으면서 평소의 이른바 미모 봉인구인 만두 머리를 풀어버린 '토모에' 등의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특히 토모에는 머리 모양만 바꿨을 뿐인데 같은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진다. 최종안과 후보안을 한 페이지에 펼쳐놓으면 의상보다 헤어스타일이 캐릭터의 첫인상을 얼마나 크게 좌우하는지 알기 쉽다.

이런 페이지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왜 이걸 버렸지? 아깝게스리"라는 생각과 "그래도 지금 디자인이 채택된 이유를 알겠다"는 생각을 몇 페이지 간격으로 반복하게 되고 그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런 초기안은 단순 색놀이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의상의 실루엣부터 장식의 위치, 머리 모양과 표정, 경우에 따라서는 캐릭터가 전달하는 인상 자체가 달라지는 후보들이 함께 수록돼 있다.

완성된 게임만 플레이했다면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알기 어려운 '가능했지만 선택되지 않은 키보토스'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아트북의 가장 강한 소장 가치를 만들어준다.
 

■ 미쿠는 이렇게 많이 갈아입어봤습니다
 

3권에서 유독 눈길을 잡아끄는 부분은 콜라보레이션 자료다. 특히 하츠네 미쿠는 초기 디자인과 의상 후보가 상당히 세세하게 남아 있다.

게임에서 우리가 만났던 미쿠의 최종 디자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헤어 장식과 의상 실루엣, 색 배치가 서로 다른 여러 후보가 한꺼번에 수록돼 있어 블루 아카이브의 미술 스타일 안에 미쿠라는 외부 IP를 어떻게 녹여내려 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어떤 과학의 초전자포' 콜라보 역시 마찬가지다. 미사카 미코토와 쇼쿠호 미사키 등 콜라보 캐릭터의 전신 디자인뿐 아니라 가방과 휴대품, 표정, 장비 등 게임에서 한눈에 확인하기 어려웠던 세부 설정을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일반 학생들과 조금 다른 의미에서 가치가 있다. 통상적인 학생이라면 복각이나 상시 콘텐츠를 통해 다시 만날 기회가 생길 수 있지만 IP 콜라보 캐릭터는 계약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끼어든다.
 
실제로 해당 시기에 플레이하지 못했다면 현재로서는 미쿠나 초전자포 콜라보 캐릭터를 다시 확보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만큼, 당시의 캐릭터 디자인과 제작 자료를 공식 인쇄물로 남겨둔 것은 일종의 기록 보존에 가깝다. 게임 서비스가 길어질수록 이런 페이지의 가치는 오히려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 방패에 온기만 남기고 간 유메 선배도 있다
 

4권에 들어오면 최근 블루 아카이브 스토리를 따라온 이용자들에게 의미가 큰 자료들이 늘어난다. 대표적인 존재가 '쿠치나시 유메'다. 
 
현 시점의 키보토스에서 직접 만날 수 없기에 평범한 학생이라고 하기 어려운 인물이면서 과거의 아비도스와 호시노의 이야기를 다루는 대책위원회 3장에서 굉장히 큰 존재감을 남긴 인물이기도 하다.

게임에서 직접 조작할 수 있는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아트북에서는 캐릭터의 외형과 의상, 소품 등 설정을 보다 자세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페이지를 넘기는 입장에서는 묘한 감상이 남는다.

게임에서는 이미 방패에 온기만 남기고 가버린 유메 선배지만 아트북 속에서는 아직 캐릭터 디자인 시트를 가지고 멀쩡하게 서 있다.
 
NPC와 과거 인물도 스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기록의 대상으로 남겨주는 것은 장기 서비스 게임의 공식 아트북에서 상당히 반가운 부분이다.
 

■ 3권과 4권, 무엇이 다른가
 

두 책을 연달아 놓고 보면 성격 차이가 제법 명확하다. 3권은 '2주년에서 3주년까지를 정리하는 기록물'이면서 동시에 제작 과정의 뒷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강하다.

캐릭터 프로필과 메모리얼 로비는 기본이고 러프와 콘셉트 디자인, 방대한 PV 컷, 제작진 인터뷰까지 연결된다. 여기에 미쿠와 초전자포처럼 이제 게임 안에서 쉽게 다시 만날 수 없는 콜라보 자료가 포함된 것도 3권만의 강점이다.

반대로 4권은 3주년에서 4주년까지 블루 아카이브의 세계가 얼마나 넓어졌는지를 확인하는 책에 가깝다. 시로코*테러와 세이아, 리오 등 오랫동안 스토리를 통해 존재감을 쌓다가 본격적으로 캐릭터 자료가 정리된 인물부터 최근 이벤트에서 모습을 드러낸 학생까지 비교적 최신의 블루 아카이브가 한데 들어 있다.

콘셉트 디자인에서도 캐릭터와 의상의 바리에이션이 풍부하다. 최종적으로 사용되지 않은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비교하는 재미 역시 4권에서 여전히 강력하다.
 

■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게임 내에 없는 것'
 

두 권을 전부 넘겨보고 나면 역설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게임에서 이미 본 그림보다 게임에는 없는 그림들이었다.

완성된 게임에서는 개발자가 무엇을 선택했는지만 볼 수 있다. 하지만 아트북에서는 그 옆에 무엇을 선택하지 않았는지까지 남겨둔다. 그래서 '블루 아카이브 오피셜 아트웍스' 3·4권은 단순히 예쁜 그림을 모은 화집보다는 키보토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록한 개발 아카이브에 가깝다.

물론 단점도 있다. 분량이 상당한 대형 아트북이라 두 권을 한꺼번에 들고 다니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다. 아직 정식 한국어판이 발매되지 않은 만큼 설정 설명과 제작진 코멘트, 인터뷰를 제대로 읽으려면 언어 장벽도 존재한다.
 
상당수 키비주얼과 메모리얼 로비는 이미 게임이나 공식 SNS를 통해 공개된 이미지이므로 새로운 그림만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익숙한 페이지가 많다고 느낄 수도 있다. 무엇보다 현재 국내에서는 3권조차 정식 발매되지 않은 상황이라 일본판을 먼저 구하려면 접근성 면에서도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블루 아카이브의 캐릭터 디자인이나 미술 제작 과정에 관심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3권이 2주년에서 3주년까지의 기억과 제작 비화, 지금은 다시 보기 어려운 콜라보의 기록이라면, 4권은 3주년에서 4주년 사이 급격하게 넓어진 캐릭터와 스토리의 최신 기록이다. 두 권을 나란히 세워놓으면 정확히 2년에 걸쳐 키보토스가 어떻게 변했는지 이어서 볼 수 있다.

서브컬처와 관련된 수많은 굿즈를 수집하고 있지만, 결국 가장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것은 서적이다. 통상적인 굿즈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현재 모습을 소장하는 물건이라면 아트북은 그 캐릭터가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지나온 수많은 가능성까지 함께 소장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한 가지 생각은 꽤 자주 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 디자인도 언젠가 이격으로 내주면 안 될까요?'라고 말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홍이표 기자 siriused@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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