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도로롱 하나면 됐는데…아키하바라에서 '니케 CHAPTER 8' 이치방쿠지 뽑아보기](https://www.gamechosun.co.kr/dataroom/article/20260815/224270/379198_1786720679.jpg)
15일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리는 '코믹마켓 108' 취재를 위해 일본에 하루 먼저 도착했다. 본격적인 취재에 앞서 아키하바라를 둘러보던 중 마침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승리의 여신: 니케 CHAPTER 8' 이치방쿠지(제일복권) 뽑기를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목표는 소박했다. A상의 '수로시'도, B상의 '수영복 각피'도 아니었다. 그저 H상에 배정된 '도로롱 마그넷'을 원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치방쿠지의 세계에서 목표가 소박하다고 결과까지 소박하게 따라오는 것은 아니었다.

방문한 매장은 JR 아키하바라역 전기상가 출구 바로 앞에 자리한 '이치방쿠지 공식숍 아키하바라점'이었다. 지난 8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니케 CHAPTER 8은 여름 이벤트를 소재로 구성한 상품으로 A상에는 '도로시: 세렌디피티', B상에는 '라피: 레드 후드-레드 플레이버' 피규어가 배치됐으며, 마지막 복권을 뽑아 완판시킨 이용자에게는 '엘레그: 붐 앤 쇼크' 피규어가 라스트 원 경품으로 제공되는 방식이다.
출시 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A상과 B상 등 주요 상등 경품이 대부분 빠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구매를 기다리는 줄은 매장 밖까지 이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운영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자판기나 키오스크를 도입해 복권 구매와 경품 수령의 회전율을 높인 매장이 적지 않지만 아키하바라 공식숍은 여전히 종이 복권을 직접 뽑고 뜯는 전통적인 방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용자는 1명씩 줄을 서서 구매 횟수를 말하고 결제를 마친 뒤 카운터에 놓인 상자에서 복권을 꺼낸다. 이어 직접 복권을 뜯어 등급을 확인하고 직원이 결과에 맞는 경품을 가져온다. 한 사람당 최대 10회까지 구매할 수 있지만 모든 절차를 직원과 대면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소 불편한 방식임에도 대기열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니케와 이치방쿠지의 인기를 동시에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물론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복권을 직접 고르고 뜯는 손맛까지 체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이용자도 적지 않아 보였다.


남아 있는 복권의 양을 고려하면 라스트 원상의 '수레그'를 노리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평소 뽑기 운도 썩 좋지 않은 편인 만큼 과욕을 부리지 않고 딱 세 번만 도전하기로 했다. 현실적인 목표는 H상 '숨겨라! DORO 마그넷' 익숙한 표현으로는 '도로롱 마그넷'이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처참했다. 세 장의 복권에서 나온 결과는 G상, G상, I상. 목표로 삼았던 H상만 정확히 피한 채 '여름의 추억 포토카드 세트' 1개와 'A3 크기의 클리어 포스터' 2개를 받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완전 무작위 구성인 포토카드 세트와 달리 G상 클리어 포스터는 남아 있는 디자인 가운데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바이퍼, 나유타와 함께 평소 좋아하는 니케 중 하나인 헬름의 포스터가 두 종류 모두 남아 있어 고민 없이 각각 한 장씩 골랐다. 도로롱은 놓쳤지만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만큼은 피한 셈이다.


사실 국내에서도 대원미디어를 통한 공식 취급점이 늘면서 이치방쿠지의 접근성은 과거보다 크게 좋아진 편이다. 이번에 체험한 니케 CHAPTER 8 역시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어 굳이 아키하바라까지 와야만 체험할 수 있는 상품은 아니다.
다만 전체 발매작을 놓고 보면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 이치방쿠지도 여전히 적지 않으며 일본 공식숍에서 직접 줄을 서고 종이 복권을 뜯어본 경험 자체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특히 가장 확실한 장점은 가격이다. 니케 CHAPTER 8은 한국에서 1회 14,000원에 판매되지만 일본 현지 가격은 850엔이다. 환율을 고려해도 일본에서 체험하는 쪽이 훨씬 저렴하다.

물론, 이치방쿠지만을 목적으로 일본을 찾는 것은 무리수다. 상위상을 확정적으로 구하고 싶다면 복권에 돈을 쏟기보다 중고 매장이나 전문숍에서 원하는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편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 애초에 경품 피규어는 퀄리티보다는 가성비를 보고 들어가는 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아키하바라를 여행하다 공식숍을 발견했다면 한두 번쯤 운을 시험해보는 것은 충분히 재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이번 도전에서 도로롱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최애 니케 중 하나인 헬름의 포스터 두 장을 챙겼으니 완전한 실패라고 하기도 어렵다.
'짱구는 못말려: 핸더랜드의 대모험'에 등장하는 중성마녀들도 말하지 않았던가. “인생이란 원래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는 거 아니겠어?” 도로롱은 놓쳤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결과까지 포함해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다. 일본을 방문했을 때 운 좋게 자신의 최애작이 이치방쿠지로 나온다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몇 번쯤 직접 뽑아보는 것도 여행의 작은 재미가 될 것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