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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게임사의 불참이 아니다, 변하지 않는 지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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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게임사의 불참이 아니다, 변하지 않는 지스타다
 
국내 최대 게임쇼를 넘어 한국 게임산업을 대표해 온 지스타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 20년 넘게 이어진 행사의 역사나 매년 부산 벡스코를 가득 채우는 관람객 숫자만 놓고 보면 여전히 굳건해 보인다. 그러나 올해 지스타를 둘러싼 상황은 과거와 분명히 다르다.

게임산업은 빠르게 변했다. 국내 게임사가 한국 시장만 바라보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중국과 일본은 물론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세계 각국의 게임사들이 경쟁하고 있고, 한국 게임사 역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등 해외 무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게임쇼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졌다. 중국에는 차이나조이와 빌리빌리월드가 있고, 국내에서도 플레이엑스포와 AGF를 비롯해 게임과 서브컬처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행사가 빠르게 성장했다. 이제 게임사에게 지스타는 매년 당연히 참가해야 하는 유일무이한 행사가 아니다. 어느 행사에 참가했을 때 더 많은 이용자를 만나고, 신작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지를 따져 선택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런 변화 속에서 올해 지스타가 받아든 성적표는 뼈아프다. 13일 열린 '지스타 2026'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1차 참가사 명단에는 웹젠을 제외하면 국내 주요 대형 게임사들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넥슨, 넷마블, 엔씨,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등 이른바 '3N2K' 역시 모두 빠졌다. 반면 호요버스, 넷이즈게임즈, 빌리빌리 등 중국계 기업들의 존재감은 커졌다.

물론 게임사가 특정 게임쇼에 참가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공개할 신작이 없을 수도 있고 개발 일정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참가 비용과 마케팅 효과를 비교해 다른 행사를 선택할 수도 있다. 조직위가 설명했듯 벡스코의 공간적 한계나 대형 신작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그러나 한두 곳도 아닌 국내 대표 게임사들이 한꺼번에 빠진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제는 개별 게임사의 사정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왜 한국을 대표한다는 게임쇼가 한국 대표 게임사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는가"​를 지스타 스스로 물어야 할 때다.
 
'국내 최대 국제 게임쇼'는 어느새 '국내 최대 게임쇼'가 됐고 이제 그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그래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답변은 더욱 아쉽다.

지스타 조직위는 대형 게임사 불참에 대해 참가사의 규모보다는 관람객의 만족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게임 개발 주기가 길어졌다는 산업 환경과 벡스코 공간 문제 등도 이유로 제시했다. 동시에 올해 지스타의 핵심 전략으로 '외연 확장'을 내세우며 AI, 웹툰, 콘텐츠, 모빌리티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지스타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충분한 답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제를 인정하는 것이다. 국내 주요 게임사가 대거 불참한다는 사실을 두고 "규모보다 만족도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자칫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는 답변으로 들릴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형 게임사가 없어도 괜찮다는 설명이 아니라, 왜 그들이 지스타를 선택하지 않았는지 분석하고 다시 선택받기 위해 무엇을 바꿀 것인지에 대한 답이다.

더구나 게임쇼의 경쟁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게임사는 더 이상 특정 전시회에 의존하지 않는다. 자체 온라인 쇼케이스와 SNS, 영상 플랫폼만으로 세계 이용자에게 직접 신작을 공개할 수 있다. 오프라인 행사에 참가한다면 그만큼 명확한 이유와 가치가 있어야 한다.

지스타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사에는 '왜 지스타에 참가해야 하는가', 게이머에게는 '왜 부산까지 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AI와 웹툰, 자동차 등으로 외연을 넓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실제로 올해는 비게임 기업인 뤼튼의 AI 서비스 '크랙'이 처음으로 메인 스폰서를 맡았다. 그러나 외연 확장이 게임쇼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보다 앞설 수는 없다. 게임사가 떠난 자리를 다른 콘텐츠로 채우는 것이 변화의 전부가 된다면 그것은 혁신이 아니라 빈자리 메우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스타는 올해로 22회를 맞는다. 20년 넘게 이어진 역사는 분명 커다란 자산이다. 하지만 역사와 규모가 미래까지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지금 지스타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는 괜찮다"고 설명하는 면피가 아니다.

국내 대표 게임사들이 왜 지스타를 외면하기 시작했는지 냉정하게 돌아보고, 참가사와 관람객 모두에게 다시 선택받을 수 있도록 행사의 구조와 역할을 처음부터 고민해야 했다. 그리고 모두에게 이 사실을 밝히고 변화를 예고해야 했다.

올해의 대규모 불참 사태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할 것인가, 지스타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계기로 삼을 것인가. 지스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쇄신, 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단계는 문제를 인정하는 것부터다.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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