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편집자 주]
![[인물열전] 날개 달았다고 다 천사는 아니다… 서브컬처 4대 핑크 천사의 실체](https://www.gamechosun.co.kr/dataroom/article/20260805/223955/799314_1786033603.jpg)
천사는 예로부터 구원, 희생, 자비와 같은 '선함'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때문에 서브컬처 게임에서도 일반적으로는 날개와 후광, 하얀 의상을 두른 천사 캐릭터는 대개 신성하고 고결한 이미지를 담당하며 미형 디자인에 성능 또한 좋게 받는 경우가 많아 으레 인기 캐릭터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트렌디한 서브컬처 게임들은 여기저기서 결점을 넣는 방식의 비틀기를 시도하고 있다. 마냥 착하고 마냥 강해서 누구라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는 재미가 없으니 세계를 뒤흔드는 음모의 중심에 서 있거나, 성능을 위해 상당한 수준의 양육비를 요구하고, 전투력의 기반이 신성성이 아닌 순수한 힘에서 나와 다른 의미에서 인외 취급을 받거나, 비극적인 서사와 별개로 정체 불명의 존재에게 정체성을 잡아먹혀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이용자들은 이들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정확히는 시도 때도 없이 놀리고 음해를 일삼고 있기 때문에 단짠의 조화처럼 그 사랑이 더욱 부각된다. 적어도 이번에 소개할 네 명의 '천사 캐릭터'가 바로 그렇다.

바다처럼 넓고
산처럼 거대한 그 자태를 보라
레미엘 댄은 존재 그 자체가 대형 떡밥인 캐릭터였다. 젠레스 존 제로의 시즌 2 '와이페이' 에피소드를 마무리하는 에필로그 챕터에서 '라미엘'이라는 가명으로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특유의 외모 덕분에 초대 공허 사냥꾼인 시간 사이의 빛 '레미엘 댄' 중령과의 연관성을 의심받았고 다음 챕터에서 본인임을 확정하면서 화제를 불러모았다.
인물 자체는 선인에 가깝지만 목적 달성을 위해 언제든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고 제대로 된 상황 설명을 하기보다는 직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독선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주인공인 파에톤 일행과 첫만남은 최악에 가까웠고 시즌 3 '로스캘리퍼' 에피소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진다.
그렇게 모든 의심이 사실로 드러나는 가운데 이용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던 것은 하나였다. '그래서 플레이어블로 실장되면 얼마나 강한 것인가?' 안 그래도 젠레스 존 제로에서 공허 사냥꾼은 일반적인 에이전트 캐릭터와 궤를 달리 하는 강함의 표준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렇게 실제로 나온 레미엘 댄은 이쁘고 강한데, 강하면서 이쁘기까지 했다. 그 압도적인 성능과 비주얼은 뽑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수준이다. 심지어 모션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말랑하고 쫀득한 느낌이 강한 젠존제의 여캐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농밀하고 요염했고 모션을 0.25배속으로 돌리고 바다처럼 넓고 산처럼 거대한 사이즈를 분석하는 영상들이 쏟아질 정도였다.
비록 로스캘리퍼의 지도자 '태양을 가져온 자'의 암살을 시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이라고 해도 파에톤이 레미엘 댄의 손을 잡기로 약속한 것에는 분명 어흐한 내막이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아빠...사과폰...이 아니라
전무 좀 사주세요
전무 좀 사주세요
에이메스에 대한 인상은 명조: 워더링 웨이브의 메인 스토리를 독파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경향이 있다.
이미 스포일러라고도 하기 민망한 주인공 '방랑자'와의 유사 부녀 관계에 대해 "내 딸임" 드립을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 있지만 실제로 리하이 로이 스토리를 제대로 밀었다면 오직 방랑자의 안위를 챙기고 다시 한번 만나기 위해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 했던 안타까움과 존재의 무거움 때문에 그 관계를 가볍게 말하기가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명조가 지금의 높은 평가를 받게 만든 주역 중 하나인 수석 스토리 작가 '오오오(鹅鹅鹅)'의 밀도 높고 깊이 있는 서사 덕분에 에이메스와 방랑자는 앞서 소개한 '유사 부녀'와 같이 단순하게 정의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니며 오히려 치밀하게 배치된 복선들과 대사를 곱씹어보면 여러가지 방향으로 해석할 여지를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에이메스는 내 딸이다'를 주장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잘 먹이고 잘 키우면 '양육비에 제대로 보답하는 캐릭터'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엮여 있기 때문이다.
에이메스의 명함은 무료 체험판이고 전용 무기를 쥐어주는 것이 본편이라는 점을 절대 잊지 말도록 하자. 원래 자식 키우는 것에는 돈이 많이 드는 게 당연한 일이다.

'미카 공주님을 석방하라'는 틀린 표현이다
석방은 사람한테 쓰는 단어이므로 우호우호 미카에게는 방류 또는 방사가 맞는 표현이다
미소노 미카는 외형만 보면 블루 아카이브가 자랑하는 정통파 공주님 캐릭터다. 분홍빛 머리카락과 하얀 날개, 화려한 드레스, 나긋한 말투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문제는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동화 속 공주가 아니라 게헨나만 보면 이성이 증발하는 트리니티산 고릴라라는 점이다.
미카의 게헨나 혐오는 단순한 라이벌 의식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콘셉트 단계부터 천사와 악마로 대비되는 '트리니티'와 '게헨나'의 오랜 대립 구도가 이상할 것은 없지만 메인 스토리 Vol.3 '에덴조약 편'에서 보여주는 미카의 행적은 단순히 앙숙관계의 대물림이라고 하기엔 너무 무겁게 묘사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부분은 에덴조약 편에서는 기본적으로 흑막으로 암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미카의 실체는 키보토스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무력을 가진 무투파라는 점이다.
독사의 소굴이라는 악평이 자자할 정도의 트리니티 학원의 학생이고 위장전술이기는 해도 일단 교양과 품격을 내세운 언행을 내세우며 공주님 소리를 듣던 사람이라 이야기가 끝날때까지 음모와 정치, 언변으로 상황을 풀어갈 것으로 보였지만 미카는 본색을 드러낸 이후부터는 대놓고 부수고 상대를 반으로 접어버리는 비상식적인 완력이 부각된다.
때문에 이제 그녀에 대해 아는 이들은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일러스트 아래에는 고릴라가 숨어있다는 것을 학계의 정설로 밀고 있다. 처음에는 미카의 더빙을 담당한 성우의 대표 배역 '치토게'에서 시작된 억까 밈이었지만 키보토스 표준의 최강자 중 하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며 출시된지 한참 지난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관통덱이 필요한 콘텐츠에서 수시로 호출되는 성능을 보면 두렵기까지 할 정도다.

니케에 언제부터 도로시라는 캐릭터가 있었지?
으윽... 머리가
도로시는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캐릭터 중 하나다. 분홍빛 머리카락과 새하얀 드레스, 날개를 연상시키는 장식은 그야말로 지상에 내려온 천사에 가깝다. 말투 역시 품위 있고 행동 하나하나에는 기품이 묻어난다.
물론 메인 스토리를 조금이라도 읽었다면 이 모든 요소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최대한 아름답게 포장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도로시는 인류를 위해 싸운 갓데스 스쿼드의 일원이자 낙원의 건설을 꿈꿨던 이상주의자다. 그러나 방주가 그녀와 동료들을 버린 순간부터 그 이상은 철저하게 뒤틀렸다. 자신이 지키려 했던 인간들에게 배신당했고 가장 소중한 존재들을 잃었으며 끝내 지상을 떠도는 생존자들의 지도자가 됐다.
이 때문에 도로시의 소위 막나가는 언행은 언제나 이해와 비판을 동시에 부른다. 누군가는 “도로시는 처음부터 옳았다”고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사정은 알겠지만 그래도 선을 넘었다”고 반박한다. 그렇게 평범한 캐릭터 감상은 어느새 인간성, 배신, 구원과 복수를 논하는 철학 토론으로 바뀐다.
다만 커뮤니티는 이 무거운 서사를 오랫동안 진지하게 다룰 만큼 인내심이 깊지 않았다. 우아한 천사 도로시는 어느 순간 머리만 크고 몸은 짧은 정체불명의 생물 ‘도로롱’으로 압축됐다. 멍한 얼굴로 앉아 있거나 짧은 팔다리를 휘적거리며 돌아다니는 도로롱은 원본의 비극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인류에게 배신당한 비운의 지도자는 사라지고, 커뮤니티에는 간식을 탐내고 사고를 치며 어디서든 "DORODORO" 소리를 내는 하찮으면서도 귀여운 핑크색 생명체가 남았다.
이제는 도로시의 이격이나 신규 스킨이 나오면 필연적으로 도로롱 버전이 따라오고, 다른 니케가 화제가 되면 그 캐릭터의 특징을 흡수한 변종 도로롱이 증식하고 있다. 도로롱은 단순한 도로시의 SD 팬아트를 넘어 니케 커뮤니티 어디에든 출몰할 수 있는 침입종이자 밈의 공용 규격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처럼 누가 먼저인가를 두고 논해야 될 지경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