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편집자 주]

인간의 삶은 언제나 태어남(Birth)와 죽음(Death) 그 사이에 주어지는 선택(Choice)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선택의 순간이 당도했을 때 아무리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정이라 하더라도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닌 경우가 많지만, 반대로 섣부르고 충동적으로 결정한 것이 인생 그 자체를 송두리째 뒤집어 놓을 정도로 많은 것을 변하게 하기도 합니다.
만약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주인공 성기훈이 지하철 역사에서 딱지치기에 응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빚은 빚대로 남아있고 여전히 철없고 반푼이인 인간 쓰레기의 삶을 살았겠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선택은 빚을 전부 청산하는 것은 물론 인격적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을 돈으로 유혹하는 죽음의 게임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해야한다는 강박관념과 아집에 사로잡혀버리면서 그 막장스러운 현장에 제발로 다시 기어들어가게 만들었죠.
이처럼 몇번에 걸친 선택의 순간은 끝내 한 남자의 삶을 끝내 골프공으로 마감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바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1편의 주인공 '조엘 밀러' 처럼 말이죠.

그에게 주어진 첫번째 선택은 어린 여자아이 한명을 호송해달라는 수상쩍은 제안이었습니다.
동충하초 뇌염이 퍼져서 반쯤 세상이 망했고 생존을 위한 투쟁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식료품과 무기를 제공한다는 제안은 충분히 구미가 당길만한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반정부 게릴라 집단에 불과한 '파이어플라이'가 과연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지도 미지수이며 그 조건 또한 '중요한 물건'이 아닌 '어린 여자아이 한명'을 호송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마 MBTI가 'T'로 찍히는 분들은 이런 의뭉스러운 제안을 대체 왜 받아들이는 걸까 싶었을 겁니다.

물론, 조금만 더 진행을 하면 여자아이가 동충하초 뇌염에 대해 양성 반응을 보이지만 악영향을 받아 변이하지 않는 면역자이고 백신 개발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다시 한번 선택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조엘은 이런 중요한 인물을 호송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임무를 포기하려고 하지만 동료였던 테스가 감염 사실을 밝히고 꼭 임무를 완수하여 인류를 구해달라는 유언과 함께 희생을 하며 그의 마음을 되돌리고 조엘은 두번째 선택의 기로에서 여자아이 '엘리'와 함께 북미 대륙을 동에서 서로 횡단하는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실 엘리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왜 특별 취급받는지를 명확하게 인지할 정도로 조숙했으며 그에 따라 매우 빠르게 반항기가 왔기 때문인지 붙임성이라고는 없는 성격이었습니다.
심지어 조엘은 프롤로그 스토리에서 딸 '사라'가 잠정적으로 감염자 취급을 받아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서사를 겪었기 때문에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상태로 딸과 비슷한 아이를 데리고 여행하는 것을 내심 부담스러워했다는 묘사가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엘리의 호송 임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자신은 손을 떼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온갖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내며 서로의 유대가 강해지고 언제부터인가 자신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엘리의 모습을 보며 조엘은 자기도 모르게 성격이든 외모든 비슷한 부분이 하나 없는 엘리에게 딸의 모습을 투영하여 유사 부녀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렇게 미션을 완수하여 레이크 시티에 파이어플라이 본부에 엘리를 데려갔지만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선택은 인류를 구할 백신을 만들기 위해 엘리를 희생시키거나 엘리를 살리고 싶다면 인류의 미래는 포기하라는 답이 없는 이지선다였습니다.
신변을 파이어플라이에게 구속당한 시점에서 사실 엘리를 희생시키라는 답안지를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주인공 보정을 받고 있던 조엘은 결국 엘리의 뇌를 뚜따하려는 의사양반을 포함한 모두를 도륙내며 탈출에 성공하고 엔딩을 맞이합니다.
이렇듯 초반부에는 감정이 결여된 듯한 모습을 보여 시니컬한 모습만 보여주던 조엘이 엔딩에서는 지극히 'F'스러운 행동을 하며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는데요. 안타깝게도 이 선택의 결과는 여러분이 아시는 것과 같이 후속작에서 '골프공'이 되어버리는 씁쓸한 결말과 함께 전작과 달리 '올해의 게임(GOTY, Game Of The Year)' 최다 수상작이 아니라 '올해의 골프공(GOTY, Golfball Of The Year)'으로 박제당하는 나비 효과를 낳게 되죠.

이처럼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초대작 주인공 '조엘 밀러'에게 매 선택의 순간마다 성기훈처럼 갈등의 기로에 놓일만한 질문지를 던집니다.
어차피 스토리 진행을 위해 일직선형 전개가 이뤄지고 자유도도 지극히 낮은 작품이지만, 이러한 선택의 결과를 플레이어들이 받아들이고 조엘의 역할에 몰입한다면 '만약 다른 선택을 하면 이야기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죠.
과연 독자 여러분은 조엘과 같은 상황에 놓여있을 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