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시점에서 안정적으로 상용화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는 대다수의 서브컬처 게임들은 다양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와 세계관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가변성을 특장점으로 삼고 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소재를 선택하는 측면에서 제약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 멸망하지 않은 세계를 지키는 하이 판타지물도 이미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물도 문제 없이 소화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장르의 마이너함 때문인지 호러와 오컬트를 기반으로 하는 미스테리물을 쉽게 찾기는 힘든 편이다.
특히, 미스테리물은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미지의 존재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을 표현할 경우 대부분 옛날옛적부터 비밀리에 전승된 신비한 기술 내지는 발전한 먼 미래의 기술력을 끌어다 쓰는 반면, 올 하반기 출시 예정작 '신월동행'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도시와 매우 흡사한 배경에서 펼쳐지는 어반 판타지를 중심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 통제 되어야 하는 일상 속의 미스테리

신월동행의 시대상은 그렇게까지 먼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작중 묘사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하게 먹고 자고 일하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며, 초현실적인 존재와 현상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물들도 모두 특수한 위치에 있지는 않다.
학생, 뉴스 리포터, 스트리머, 소설가는 물론이고 인형탈 아르바이트생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자신의 직업과 삶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게임 내의 서사를 잘 들여다보면 굉장히 생동감이 넘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우주에 기지를 갖추고 있는 초월적인 기술력을 가진 조직이 존재하고 비현실적인 이능력과 현상이 게임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현실에서도 비밀조직, 크립티드와 같은 음모론과 괴이를 쫓는 이들이 존재하는 것을 감안하면 생각 이상으로 현실감 넘치게 현대-근미래 사회를 묘사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 반드시 어둡고 무섭지는 않은 미스테리

관리국에서 초실체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초현상을 구현할 수 있는 도구를 무기로 사용하는 '기술자', 초실체와의 계약을 통해 이능을 발현하는 '결속자'라는 카테고리가 존재하는 것처럼 게임을 플레이하며 수집할 수 있는 이상 기록들을 보면 의외로 초실체와 초현상이 무조건 사람들에게 적대적이거나 위협이 되지는 않으며 삶의 질을 향상시켜줄 수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실제로 도시 탐색에서 진행할 수 있는 서브 스토리의 내용은 이를 주로 다루고 있다. 해마다 축제 기간에 등장하여 사람들의 긍정적인 감정을 먹으며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초실체, 길을 잃고 벌벌 떨면서 결속자를 찾는 애완동물 같은 초실체 에피소드는 인류와 더불어 살아가는 초실체와 초현상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개발진이 '미스테리가 주요 소재지만 마냥 어둡고 무섭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만큼 미지의 존재와 친구가 되어 우정을 쌓고 눈 앞에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는 우울한 이야기에 지친 게이머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감각적인 아트워크와 연출로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미스테리

스파인(Spine) 애니메이션 툴을 사용하여 만들어난 캐릭터의 움직임과 전투 연출의 섬세함은 게임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화려하고 멋지게 초실체를 제압하는 위력적인 기술들도 있지만, 구독자들의 채팅 러쉬를 실체화하여 공격하거나 아군 대신 공격을 받아주는 엄호 스킬을 써놓고 쭈구리 모드가 되는 하찮은 모습으로 웃음을 주는 연출은 피할수 없는 전투를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원동력이 되어줄 수 있다.
심지어 일부 스킬은 엉뚱한 음향이나 패러디가 잔뜩 들어간 캐릭터의 대사를 통해 캐릭터의 콘셉트를 살리는 동시에 재미를 챙기고 있다. 서브컬쳐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신월동행이라는 게임은 플레이하는 과정 그 자체가 즐거워지는 좋은 의미에서의 '아만보'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