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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청와대청원은 안 가도 되지만 '정말' 아쉬웠던 게임 속 오역들

신호현 기자

기사등록 2018-05-08 14:47:48 (수정 2018-05-08 15: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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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최근 극장가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와 관련해서 '오역'이 안 좋은 쪽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번역이라는 것이 단순히 언어를 교체하는 정도 수준에서 끝나는 작업이 아니라 극의 내용을 파악하고 상황이나 뉘앙스에 맞는 단어를 적절하게 조립해야 하는 동시에 책, 만화, 영화, 게임 등이 제작된 국가의 정서나 문화에 대한 사전 지식도 필요하며 결정적으로 실수가 없어야 제대로 된 내용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오역 이슈 풍자 팬아트


이에 당시에는 처음 매체를 접하고 있을 당시에는 오역인 줄 모르고 있었다가 나중에서야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못내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적잖게 만나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 물론 'AYABABTU'처럼 두고두고 meme(필수요소)로 써먹으면서 즐기는 경우도 드물게 있긴 하다
이미지 출처 = 슈팅 게임 '제로 윙'의 유럽판 오프닝 중 한 장면

작년 초에는 웃음을 부르는 게임 속 오역에 관한 포스팅을 한 적 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진지하게 게임 진행에 방해가 되거나 스토리 이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정말 나쁜 오역의 사례를 정리해봤다.

■ 업적 매니아들의 장애물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초기작에 비해 잠입과 암살보다는 대놓고 무력행사를 하는 묘사가 많아졌고 굳이 모든 요인 암살에 목숨 걸지 않아도 스토리 진행이 가능해진 환경 덕에 엔딩을 보기는 쉬워졌지만 달성도를 채우는 완전 동기화 미션은 게임을 100% 즐기는 방법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당연히 이런 완전 동기화 미션은 통칭 고인물, 빠요엔들을 위해 이런저런 제약을 걸어두거나 콘셉트를 잡아 플레이하는 것을 요구하는 만큼 조심스럽게 플레이할 필요가 있는데 문제는 이런 업적질을 방해하는 것이 게임의 설계나 오류가 아닌 번역 과정에서 생긴 미션 안내의 오역이라는 점이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가 워낙 크고 작은 오역이 많아서 그렇게까지 두드러질까 싶긴 한데 이 오역은 좀 경우가 다르다.


▲ 벤치에 앉아야 완전 동기화 조건을 달성할 텐데,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이 물주는 결코 의자에 앉는 일이 없다.
이미지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예를 들어 '접근'미션의 완전 동기화 조건은 '벤치에 앉은 물주를 제거하라'인데 이 게임은 시스템 특성상 이벤트가 벌어지지 않는 한 NPC가 벤치에 앉는 일이 없다. 정확한 내용은 '벤치에 앉아 다가오는 물주를 은밀하게 제거하라'이다. 즉 오역된 안내를 참고한다면 1년 12개월을 하염없이 기다려도 완전 동기화 조건을 절대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미션의 오역으로 '접근' 미션이 있다. 완전 동기화 조건으로는 신입을 이용해 대상을 암살하라고 안내하는데 실제로 이 게임은 신입 암살자를 소환하여 어그로를 끌거나 암살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안내대로 신입을 불러와 암살하면 그대로 완전 동기화 미션은 실패로 돌아가는 것이다.

실제 미션 내용은 타깃을 제거할 때 무기를 암살검(히든 블레이드)로 제한하는 것이 전부다. 이 오역 덕분에 많은 업적 게이들이 미션 달성에 실패하고 게임에 문제가 있다며 남탓을 시전하게 만들었다.


▲ 하지만 게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 진실은 오역에 묻혔을 뿐
이미지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 정말 스크립트만 보고서 번역하셨나요?



FPS에 스토리를 가미한 내러티브한 연출이 도입한 선구자격 타이틀인 '콜 오브 듀티 4:모던 워페어'에도 조금 신경이 거슬리는 오역이 몇 가지 보인다.

먼저 소개할 대표적인 오역은 1막 캠페인 중 하나인 '공중에서의 죽음'이다. 정확한 이 챕터의 원문은 'Death From Above'(하늘에서 죽음 또는 사신이 내려온다)인데 'From Above'가 '하늘로부터 내려오다 혹은 쏟아진다'라는 관용어구로 종종 사용되는 멘트인 것을 캐치하지 못해 생긴 오역으로 보인다.


▲ From Above라는 관용어구를 사용하는 캐릭터들
이미지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Death From Above(하늘에서 죽음이, 사신 강림), Justice Rains From Above(하늘에서 정의가 빗발친다) 등 From Above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공중전력 계통의 캐릭터들이 자주 사용하는 대사로 유명하다. 실제로 콜오브듀티에서도 해당 챕터는 대형 공격기인 AC-130에 탑승하여 적에게 격추당해 도주 중인 주인공 일행을 압도적인 공대지 화력 투사로 돕는 상황이다.
 
다만 제목의 오역 때문에 오히려 아군이 공중에서 적의 기습을 당해 위기에 빠지는 것을 주인공 일행이 돕는것으로 스토리를 오해하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

 
▲ 제대로 번역했을 경우 제목처럼 압도적 힘으로 적을 섬멸한다는 느낌이 확 왔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콜 오브 듀티 4:모던 워페어' 1막, 공중에서의 죽음 캠페인 중 한 장면
 
그다음은 시리즈를 대표하는 웃음거리가 된 오역 'Fire in the hole'이다. 한국에서는 '카운터스트라이크'나 '서든어택'의 흥행으로 해당 대사가 수류탄 투척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꽤 많지만 모던 워페어에서는 이를 '구멍에 대고 쏴'로 직역했다.

물론 저 위에서 소개한 어쌔신 크리드처럼 해당 문구의 'Fire'를 '불이야'로 번역하지 않은 것만 해도 대견(...)하긴 하지만 기왕 번역할 거 조금 더 성의를 다해 영미권의 군사 용어나 관용어구에 대해 제대로 알고 번역했으면 몰입이나 진행에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은 있다.


▲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 누르면 안 될 것처럼 생긴 버튼에 대하여



디스 워 오브 마인의 스팀 공식 한글화는 크고 작은 오역이 있지만 가장 치명적인 오역은 바로 게임의 주요 시스템 중 하나인 'End Day' 버튼이다.

여기서 말하는 Day는 낮 또는 주간을 의미하므로 이 버튼의 용도는 흔히 턴제 게임에서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턴 스킵의 개념으로 필요에 따라 자주 쓰여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 해당 버튼을 눌렀다간 결딴이 나고 세계 멸망 엔딩이 뜰 것만 같다
이미지 출처 = '디스 워 오브 마인'의 한 장면
 
하지만 공식 한글 발매판의 번역은 End Day를 '최후의 날'이라는 단어로 직역을 해버렸다. 이게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게임의 배경이 '전쟁 한복판'이라는 몹시 시궁창스러운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사실 게임 내에서 묘사되는 전쟁의 규모가 엄청 크진 않지만 해당 버튼의 번역이 아주 무시무시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보니 누르면 핵미사일이라도 날아와 터지고 게임이 끝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유저가 적지 않았다.

즉 오역 하나가 게임 내의 기능 하나를 원천봉쇄하고 하드모드를 강제한 셈이다. 

■ 더빙만 망한 줄 알았죠? 사실 번역도 망했습니다!



'장비를 정지합니다'라는 발더빙에 가려져 있지만 '하프라이프'는 번역 상태도 더빙만큼이나 영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블랙 메사 연구소에서 자유행동 중 경비원인 바니 칼훈을 공격했을 경우 그는 상대와의 관계 또는 대화를 단절하고자 하는 관용어구인 'End of the line for you'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를 오역한 탓에 공격받았음에도 '자네와는 이제 볼 일 없네'라며 역정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자네는 선 끝에 서게'라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으로 돌아오게 된다. 

물론 이 오역은 한국어 더빙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그 발더빙으로 '자네는 선 끝에 서게'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느낌이 영 좋지 않다?
이미지 출처 = 스팀 커뮤니티

또 다른 심각한 오역은 Looks like you're in the barrel today로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진행되는 실험에 대해 불안감 내지는 우려를 표명하며 '(당신이 작은 술통 안에 들어가는 것처럼) 힘든 날이 될 수도 있겠다'라고 내뱉는 부분인데 이를 Looks like라는 문장의 일부만 보고 긍정적인 문장으로 해석해서 '오늘 아주 멋져 보입니다'로 해석해버렸다. 문장의 뉘앙스가 완전히 뒤집혀서 스토리와 관련된 복선을 홀라당 날려먹은 것이다.
 
▲ 그 밖에도 폭심지, 사건/사고의 현장을 의미하는 Ground Zero를 지층으로 오역하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 스팀 커뮤니티
 
그나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의 오역보다 나은 점은 여기서 소개한 오역 사례가 대부분 정식 패치, 리마스터를 거치면서 대부분 고쳐졌고 그게 아니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자막 또는 한글 번역 패치가 존재한다는 부분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완벽한 번역, 초월번역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최소한 게임을 즐기고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 선의 매끄러운 번역은 아마 모든 게이머들이 꿈꾸는 내용이지 않을까?

신호현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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