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벤처업계 사상 최고액의 대박 신화가 탄생했다. 지난 30일 일본의 소프트뱅크에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그라비티 지분 52.4%를 4000억원에 매각한 김정률 그라비티 회장이 그 주인공.
그라비티는 김 회장이 자신과 가족이 소유한 지분 52.4%(364만주)를 일본계 펀드인 EZER과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테크노 그루브에 전량 매각했다고 31일 밝혔다. 그라비티는 김 회장측이 주당 11만5000원, 총 4000억원을 받고 지분을 팔았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이 그라비티 지분을 팔고 받은 4000억원은 국내 벤처 역사상 최고 매각 금액. 지금까지 국내 벤처기업 지분 매각대금 최고가는 지난해 4월 게임포털 '넷마블'의 운영사 플래너스 방준혁 사장이 CJ에 회사를 매각하면서 받은 800억원.
김 회장은 이번 지분매각으로 기존 기록을 무려 5배 차이로 갈아치운 셈이다.
김 회장이 이처럼 엄청난 대박을 터뜨리게 된데는 상상을 초월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큰 몫을 했다.
김 회장이 매각한 그라비티 지분의 현재가치는 지난 30일 나스닥시장에서 마감된 종가 기준으로 1300억원 가량 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무려 3배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지금까지 상장벤처 기업 중 최고기록은 작년 연말 액토즈소프트 이종현 회장측이 중국의 샨다측에 지분을 넘기면서 기록한 500억원 가량이다. 당시 이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은 시가 기준 400억~500억원 가량하던 지분을 샨다에 900억원에 넘겼다.
김 회장측은 이번 지분매각은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라비티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시키는 데 개인적인 한계를 느껴왔고 나스닥 시장에서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해 주주 이익 극대화 차원에서라도 세계적인 기업에 회사를 맡겨 글로벌 기업으로 확실하게 성공시키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는 설명이다.
그라비티는 2000년 4월 설립된 온라인게임회사로 설립 이듬해인 2001년 11월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의 공개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라그나로크는 2002년 8월 국내를 시작으로 대만과 일본에서 유료화를 성공하며 현재 전세계 37개국에 진출, 가장 많은 나라에 보급된 온라인게임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올 2월에는 국내 증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 국내외에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나스닥 상장 이후 줄곧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등 증시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라그나로크 이후 킬러 콘텐츠를 생산해 내지 못한데다 현지 사정에 어두워 소액주주들에게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덕분에 올 2월 상장 당시 주가 11.07달러로 시작했던 주가는 30일 8.41달러에 마감되는 등 6개월간 바닥을 탈피하지 못했다.
한편 김 회장은 지금으로부터 약 25년전인 80년대 초반 20대 중반의 나이로 오락실용(아케이드) 게임회사를 시작했다. 김 회장은 이 분야에서 크게 성공, 사업 시작 10여년만인 94년에는 게임제작협회를 만들기도 했다. 이후 97년 IMF 환란 위기때 사업이 부도직전까지 몰리기도 했으나, 2000년 4월 온라인게임업체 그라비티를 만들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전필수기자 philsu@moneytoday.co.kr
<저작권자 ⓒ 머니투데이 경제뉴스>
| 
